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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5에는 단일 기능으로 130만원이나 하는 옵션이 존재한다. 바로 솔라루프다. 집 지붕위에 놓여져 있는 그 태양광 패널과 비슷한 역할을 한다. 강제로 선택할 필요는 없지만, 굳이 이걸 왜 집어넣었나 싶은 사양으로 평가받고 있다.
효율이라도 좋으면 모르겠지만, 가격대비 성능이 너무 떨어지기 때문이다. 소위 ‘창렬’한 옵션 되겠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이 사양을 연구하고 옵션으로 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솔라루프의 원조는?
태양광 패널이 자동차에 탑재되기 시작한건 2009년 토요타 프리우스 부터다. 여름에 차 안이 뜨거워지면 에어컨을 틀어서 식힐 목적으로 설치된게 시초다. 연비를 끌어올린다거나 그정도 성능은 아니었지만, 여름에 질식해 사망하는 사고도 있는 만큼 실용성 측면에 있어선 나름 가치가 있었다.
그리고 몇년 뒤 프리우스 프라임부터는 주행용 배터리까지 충전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현대차에서 쏘나타 하이브리드, 아이오닉 5 같은 친환경차에 이걸 선택지로 제공하고 있다.
솔라루프의 원리는?
솔라루프의 기본 원리는 태양광 발전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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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태양광 패널에 닿으면 광전효과가 발생해서 전기가 만들어진다. 원조격인 토요타는 태양광 패널에서 전기를 만든 다음에 이걸 담아두는 솔라 배터리로 옮겼다가 꺼내쓰는 식으로 운영한다. 한편 현대차는 중간 과정 없이 컨버터를 한번 거친 다음에 바로 사용한다.
솔라루프는 차량용 배터리 방전을 막고, 때로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데 도움을 준다. 대신 솔라루프 만큼 무게가 늘고, 선루프를 이용 못할 수도 있다. 심지어 비싸다.
솔라루프의 가성비는?
그럼 태양광 패널의 효율은 얼마나 좋을까? 사실 있으나 마나한 수준이다. 국산차를 기준으로 솔라루프 가격은 130에서 140만사이다. 발전량은 최대 200와트고, 하루에 6시간씩 제대로 태양광 발전을 한다는 조건이 붙으면 1년에 1,300km 정도를 더 달릴 수 있다.
이렇게만 보면 멀리간다고 생각하겠지만, 쏘나타 하이브리드 기준으로는 1년에 13만원 아끼는게 고작이다. 이득을 보려면 11년 가까이 타야된다. 그리고 아이오닉 5에 솔라루프를 달면 1년에 8만 5천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이걸 기준으로 하면 한 15년은 타야 본전을 뽑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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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매력은 눈꼽만큼도 없는 옵션이다. 솔라루프의 충전량은 최대 200와트인데, 완속충전기가 35배나 빠르고, 급속충전기는 이거보다 500배에서 1,500배 정도 빠르다. 특히 최대 발전량인 200와트는 햇빛이 최대로 들어와야 가능한 수치다.
계절에 따라 태양이 떠 있는 높이가 다른 점을 생각해보면 사실상 최대 발전량은 정말 짧은 시간만 가능하단 걸 알 수 있다. 그래서 1년에 1,300km는 이론일 뿐이고 실제로는 훨씬 적을거라는 의견도 있다.
그래도 현대차가 개발하는 이유는?
그럼 솔라패널은 이게 끝일까? 그저 제조사들이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걸까? 그건 아니다. 해외에서는 꾸준한 연구와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큰 효과가 없는데도 차량용 태양광 패널을 계속 연구하는건 엄청난 시장규모 때문이다.
미국 같은 곳은 땅이 넓고 해가 잘 드는 곳이 많다보니, 태양광 발전소나 태양광 패널을 달아놓은 차를 만들기 좋은 환경이다. 시장조사기관 ‘알라이드-마켓-리서치’의 자료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다. 전세계 태양광 자동차 시장이 2023년까지 약 4천억원 규모인데, 2030년쯤 되면 5천조원으로 확 뛰어오를 것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중에서 미국만 따로 놓고 보면 2030년에 2,200조원으로 세계 절반을 차지한다.
사실 햇빛만 잘 받으면 나름 쓸만한게 태양광 발전이다. 이런 가능성 때문인지 세계 곳곳에서 태양광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기업으로 앱테라와 험블모터스, 라이트이어 세 곳이 있다.
앱테라의 태양광 자동차
앱테라는 미국의 태양광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여기서 개발한 앱테라는 2인승 삼륜 전기차로, 태양광 패널만으로 하루 최대 72km 를 갈 수 있다. 단순히 보면 르노 트위지 수준이다. 이 차의 발전량은 700와트로, 차 곳곳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솔라패널을 붙여 발전량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했다.
여전히 일반 전기차 충전기보다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적어도 시티카로 쓰기엔 충분한 수준이다. 일반 자동차로 보기엔 어려운 디자인이지만, 공기역학 측면에선 최적화가 잘되어있다. 이 차의 항력계수는 0.13cd다. 양산차 중 항력계수가 매우 낮은 차들이 0.2cd 정도인데 이거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또, 차에 장착된 배터리 용량에 따라 400km에서 1600km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태양광 자동차계의 드림카, 험블 원
다음은 험블모터스다. 여기는 포드와 페라리 같은 유명 브랜드 출신 전문가들이 뭉쳐서 만든 회사다. 여기선 ‘험블 원’이라는 전기 SUV를 만들고 있다. 태양광 패널만으로 하루 최대 97km를 갈 수 있을 만큼 태양광 충전효율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주행용 배터리를 가득채우면 800km나 갈 수 있다고 한다.
극한의 효율을 추구하는 라이트이어
마지막으로 라이트이어는 네덜란드의 전기차 스타트업이다. 태양광 자동차 자동차 대회 우승팀인 아인트호벤 공대팀이 설립한 회사로 알려져있다. 라이트이어는 패스트팩 형태의 전기차인데 특이하게 네 바퀴 모두 인휠 모터를 달았다. 그리고 보닛부터 뒷부분까지 솔라패널로 도배한 형태다.
맑은 날 1시간 충전하면 12km를 갈 수 있고, 일과중 야외 주차장에서 충전하면 출퇴근은 가능한 수준이다.또, 내장된 배터리만으로 725km를 갈 수 있다. 이런 스펙을 가능케 하는건 가벼운 무게와 낮은 항력계수 덕분이다.
차 무게는 1,315kg 밖에 안되고 항력계수 역시 0.2에 불과하다. 하지만 고성능보다 효율에 집중하다보니, 제로백은 10초로 평범한 성능이다.
솔라루프의 목표는?
이렇게 기업들이 거대 시장만 보고 개발하는 것 같지만, 솔라패널을 연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탄소배출 문제’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미국과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를 몰아세우면서 친환경차 개발로 휙 돌아서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걸 무시하면 차 한대당 기준을 초과한 만큼 벌금을 부과하거나 판매를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이를 회피하려면 탄소배출권을 타 사로부터 돈을 주고 사야 되는데, 모두 대체하려면 수천억원 이상이기 때문에 결국 친환경차 개발에 몰두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대안으로 전기차를 개발하면서 겸사겸사 솔라루프까지 개발하고 있는것이다. 앞으로 솔라루프가 가야할 길은 확실하다. 효율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3세대 까지 존재하는 솔라루프
태양광 발전에 사용되는 패널은 1세대부터 3세대까지 있다. 1세대는 지금까지도 사용하고 있는 단결정 혹은 다결정 실리콘 패널이고 2세대는 박막형이다.
1세대가 실리콘 웨이퍼 형태로 쫙 깔아놓는 방식이라면 2세대 박막형은 유연하게 만들 수 있고 주변에 있는 저렴한 재료가 들어간다. 그래서 제조가격이 1세대보다 이론상 10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패널을 휠 수 있어서 곡선이 있는 빌딩이나 구조물에도 간편하게 붙일 수 있다.
이 방식은 태양광 발전소가 아니더라도 도시 전체에 붙여서 태양광 발전소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요즘은 이 패널을 투명하게 만들어서 앞면과 뒷면에서 동시에 전기를 만들어 내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걸 ‘양면수광구조’라 하는데, 이게 되면 창문으로도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빌딩에 붙이면 엄청난 발전량을 얻을수 있다.
3세대는 페로브스카이트 타입이다. 이건 ‘차세대 태양전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발전효율이 1세대보다 훨씬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전기가 통하는 성질이 좋은 소재로, 1세대의 효율이 높아봐야 20% 언저리이지만, 3세대는 미국에서 기록한 47%가 최대 기록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전기차의 회생제동 기능과 합쳐져서 주행거리도 지금보다 훨씬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솔라패널은 아직까지 보조 동력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발전 효율이 높지 않다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하늘 위에 떠 있는 무한한 에너지로 전기를 만들어 낸다는 장점 때문에 기술 개발만 성공하면 잠재력은 매우 높다.
앞으로 에너지 시장에 큰 변화가 이루어져, 달리면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신개념 자동차가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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