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친환경차는
아직은 먼 미래다
수소전기차엔 수소가 연료로 들어간다. 이걸로 전기를 만들고 나면 물이 배출된다. 현대차 광고를 보면, 런닝머신을 타는 사람을 공에 가둬 놓고 넥쏘의 배기구를 연결해 놓는 모습은 연출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 처럼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생각하기 쉬울것이다. 실제로 인체에 무해한 물만 나오니 어느정도는 맞는 말이다.
그런데 ‘친환경’의 범위를 수소를 만드는 단계까지 확장하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차만 놓고 보면 친환경이지만 다 따지고 보면 온실가스가 덜 나오는 차가 된다. 물론, 내연기관차 보단 깨끗하지만 말이다.
예전에 도요타에서 온실가스 배출량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가솔린차, 하이브리드차, 그리고 수소전기차 미라이를 가지고 비교했는데, 가솔린차가 가장 많이 배출됐고 의외로 하이브리드차와 미라이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슷했다. 여기서 미라이는 수소 제조 방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랐다.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든 방식이 하이브리드차와 배출량이랑 비슷했고, 전기 분해로 수소를 만든 방식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1마일 당 온실가스 배출량을 비교한건데, 수소전기차는 가솔린차나 가스차보다는 덜 나왔지만 전기차보다는 더 많이 나왔다. 그럼 앞으로도 수소전기차는 친환경으로 보기엔 답이 없는 걸까? 방법이 없는건 아니다. 단가 문제 때문에 그렇지 배출가스를 최소화 할 수는 있다.
수소 연료 만들기 위해
엄청난 공해를 배출한다
수소는 어떻게 생산하느냐에 따라 그레이 수소/블루 수소/청록 수소/그린 수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수소에 색이 있어서 이런 이름이 붙은건 아니며 생산방식을 고려해 붙인 이름이다. 블루와 청록, 그리고 그린이 ‘청정 수소’에 속하고 그레이수소는 친환경이랑 거리가 좀 먼 생산 방식이다.
그레이 수소엔 ‘부생 수소’와 ‘천연가스개질 수소’가 들어간다. 이 두 가지 방법은 온실가스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친환경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부생수소란, 어떤 제조 과정이 이루어지는 도중에 수소가 부산물로 나오는걸 의미한다. 보통 석유 정제나 제철 과정 중에 원하는 화합물을 얻는 ‘개질 공정’이 진행될 때 수소를 뽑아낼 수 있다.
좀 더 정확히 설명하면, 석유 정제의 경우 ‘나프타’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뽑아낼 때 얻을 수 있고 제철소에선 제철 과정중 나오는 ‘코크스 가스’를 정제해서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 생산 방식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고, 수소 단가가 가장 저렴하다. 의도하고 만든게 아니라, 다른걸 생산 하다보니 나온 수소를 채취하는거라 저렴할 수 밖에 없다.
이어서 천연가스 개질은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방식이다. 이걸 위해 ‘수증기 개질’이라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는데, 메탄에 수증기를 넣어서 일산화탄소와 수소를 분리시키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이대로는 수소를 바로 사용하지 못한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서 그런데, 이게 수소전기차의 연료전지에 들어가면 백금촉매에 손상을 입힌다. 그래서 일산화탄소를 이산화탄소로 바꾸는 ‘수성가스 전이 공정이라는 것’을 더 거치는 등 복잡한 공정이 이루어진다.
진짜 친환경 수소는
따로 있다?
한편 블루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비슷한 과정을 거치며, 추가로 이산화탄소를 따로 잡아내는 ‘CCUS’라는 기술이 더해진다. 온실가스가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붙잡는 건데, 환경과 경제성 모두를 생각한 방법이다. 다른 친환경 방식에 비해 접근하기 쉬워서 기업들이 가장 먼저 뛰어든 방식이기도 하다.
다음은 청록 수소다. 이건 천연가스에 ‘열분해 기술’이란걸 사용해서 얻는 수소를 의미한다. 메탄 성분이 많은 천연가스를 뜨거운 반응기에 넣고 돌리면 수소랑 고체 탄소를 뽑아낼 수 있다. 고체 탄소는 탄소 가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수소는 수소연료전지차나 화학산업에 활용 되고, 고체 탄소는 타이어나 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로 쓸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같이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선 더 가치가 있는 기술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런데 천연가스에서 뽑아내기 때문에 그레이 수소보다 비싼게 단점이다. 천연가스 시세가 오르면 청록수소도 오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마지막으로 그린수소의 경우, 각국 정부들이 최종 목표로 하는 수소 생산 방식이다. 물에서 수소를 뽑아내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정확히는 ‘수전해 기술’을 이용하는데, 물을 전기로 분해한 다음 양극이나 음극으로 이온을 이동시켜서 수소와 산소로 분리시키는 기술이다.
전해질에 따라서 AEC, PEM, AEM, SO 네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수소를 뽑아낸다는 점은 똑같지만, 그 과정이 다르다. AEC와 AEM 방식은 알칼라인 수용액을 전해질로 사용하고 PEM은 고분자 전해질을 이용한다. SO는 세라믹 같은 고체 산화물을 이용한다. 여기서 제일 효율이 좋은건 SO방식인데 아직 연구 초기단계라 시간이 좀 더 필요한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다면, 아무 전기나 사용해도 될까? 사용해도 문제는 없지만. 화력 발전소같은 곳에서 만든 전기를 쓰면 온실가스가 배출되기 때문에 완전한 친환경에 다가갈 수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선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에서 나오는 신 재생에너지를 쓰는게 정석이다. 다만 생산 단가가 비싸, 시간을 두고 기술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2019년을 기준으로 국제에너지기구 데이터를 보면 그린수소는 그레이 수소보다 2배 비싸다. 지금 수소충전 단가가 1kg 당 대충 8천원 정도 하는데, 그린수소로 전환하면 만 6천원 정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넥쏘를 기준으로 봤을 때 가득 채우는데 5만원이 들었다면, 10만원으로 불어나는 것과 같다. 물론, 그래도 요즘 휘발유나 경유 값보다 저렴해서 나름 메리트는 있다고 볼 수 있겠다.
2030년엔 그레이와 그린수소의 단가가 같아지고, 2050년 쯤 되면 오히려 그린 수소가 그레이 수소의 3분의 1가격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그러니까 만 육천원 정도면 600km 정도를 갈 수 있게 되는것이다.
깨끗한 수소를 만들었더니
이번엔 가격이 문제
그럼, 수소 생산 방법만 신경쓰면 끝일까? 아쉽게도 다른 문제가 있다. 바로 수송 문제다.
친환경도 중요하지만 가격을 무시할 순 없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경제성이 없으면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수소 대부분을 그레이 수소에 의지하고 있다. 제철소나 석유화학 공장에서 부산물로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울산과 여수에서만 전체의 84%를 생산하고 있을정도다. 규모로는 200만톤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화학 공단이나 철강 업계에서 사용한다.
그중 일부를 수소전기차 용으로 쓰는건데, 대략 25만에서 30만대까지 커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고로 작년을 기준으로 넥쏘 누적판매량은 2만대 수준이라 아직은 넉넉한 상황이다.
문제는 수소를 만드는 곳과 쓰는 곳이 가까우면 파이프라인을 설치해서 연결하면 그만이지만, 먼 곳은 차로 운반을 해야 한다. 이때 운송비가 만만치 않은데, 정부가 2040년까지 수소 단가를 3천원으로 낮추겠다고 했기 때문에 목표달성을 하려면 가장 좋은건 파이프라인을 깔아놓는게 좋다. 전체 수소단가의 40%가 운송비로 책정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은 건설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수소 기체를 액화시켜서 옮기는 방식이 제시되고 있다. 이 경우 운송비를 지금보다 70% 아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수소와 같은 양일 때, 부피가 800배나 작다. 쉽게 말해 같은 부피의 탱크에 훨씬 많은 양을 담아서 옮길 수있다는 의미인데, 현재고압 기체 튜브 트레일러로 옮기던 것을 액화수소 탱크로리로 바꾸면 10배 정도 더 담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액화수소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극저온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론상 천연가스를 액화시키는 것 보다 40배 더 든다.
즉, 수송 효율을 높이려면 액화수소가 좋은데, 저장하는데 드는 비용이나 에너지가 많이 낭비된다는 것이다. 지금 기술로는 이걸 해결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문제 때문에 기업들은 수소 생산에서 단가를 낮추는 방법을 먼저 연구하고 있다. 그리고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수소 저장과 운송기술을 선행연구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친환경을 만족하면서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 저장까지 모두 해결되려면 빠르면 2040년, 길면 2050년을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