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siryeong, 출처 wikimedia.org – CC BY-SA 4.0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산간 지형이 많기로 유명하다. 국토의 70%가 산악지형으로 구성되어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지평선은 기대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지형적 여건으로 인해 우리나라는 터널 천국이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터널 안을 주행하다 보면 점점 빨라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별생각 없이 주행하다 보면 어느새 전방에 위치한 차량과 가까워진다거나 분명 비슷한 힘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음에도 부드럽게 올라가는 속도계를 보면 터널만의 특별한 힘이 있나 헷갈릴 정도다.

단순한 착시현상일까? 아니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일부 운전자들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터널 안 가속 현상’, 과연 진짜로 발생하는 것인지 확인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터널에서 어떤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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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을 건설할 때는 배수 및 환기가 잘 이루어지도록 약간의 경사를 만든다. 이는 도로교통법의 하위 법령인 [도로의 구조 · 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 명확히 표기되어 있다. 도로의 진행 방향을 따라 높이의 차이를 주는 종단 경사가 오늘 언급할 주요 구조적 특징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종단 경사를 0~2% 수준으로 줄 수 있었으나 최근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최대 6%까지 종단 경사를 줄 수 있도록 변경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경사는 주행 차량 입장에서 동일한 힘으로 더욱더 높은 속도에 도달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 내리막에서는 평지에서 달릴 때보다 수월하게 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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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터널 내에서는 공기의 흐름에 변화가 생겨 주행에 도움을 준다. 보통 주행을 위해 엔진의 동력을 바퀴로 보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전부인데, 터널 내에서는 ‘교통풍(차량풍)’이 불어 뒤에서 밀어주는 효과가 발생해 보다 가볍게 주행을 할 수 있게 된다. 마치 달리기 도중 진행 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교통풍은 터널이 있다고 해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차량들이 지속적인 주행으로 바람을 끌고 들어와 발생하는 인위적인 현상이다. 덕분에 주행에 있어 유리한 상황이 발생해 좀 더 쾌적한 주행 및 연비 향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터널 내 사고로 화재가 발생하고 차량 정체가 지속되면 교통풍이 사라져, 오히려 화재가 차량 쪽으로 역류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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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운전자들이 터널 내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기 좋다고 느끼는 이유로, 왜곡된 인식을 주요 원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한국도로공사의 터널에 대한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터널 내에서는
– 반복되는 배경에 의한 착시현상으로 속도 및 거리를 분별하는 감각 하락
– 공명 현상으로 인해 운전 집중력 하락
– 폐쇄된 공간에서 빨리 벗어나려는 심리 발생
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운전하며 얻는 정보 중 85~90%는 시간적인 정보인데 터널로 들어서면 이 시각 정보가 크게 왜곡된다는 의미다. 터널 내부는 똑같은 풍경이 계속 이어질 뿐 거리나 속도를 알 수 있는 주변 물체가 거의 없어 이러한 착각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

전문가들은 “터널 안에 설치된 조명을 계속 보다 보면 눈이 착시를 일으켜 가까이 있는 차를 멀리 있는 것처럼 느끼기 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더불어 터널 내에 생기는 공명현상은 운전자를 마치 약에 취한 상태처럼 만든다. 터널을 운전하는 동안 운전자는 순간적으로 멍한 느낌을 받는 데다 다소 들뜬 상태가 되는데 이로 인해 본인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보다 깊게 밟게 되는 것이다.

폐쇄된 공간을 벗어나려는 심리는 비단, 폐소공포증을 가진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가진 심리다. 자의로 터널로 진입하긴 했으나 무의식적으로 답답한 터널에서 빠르게 벗어나려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이 밖에 혹시 모를 터널 내의 사고나 재해 상황을 상상하는 경미한 불안장애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러한 운전자의 심리적 요인은 처음 언급했던 경사각이나 교통풍과 같은 물리적인 요인이 아니더라도 운전자들이 터널 운전 시 주의해야 할 이유로 충분하다. 잠깐의 부주의로 인해 큰 인명사고로 번질 수 있는 만큼 운전자들이 보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터널은 더 위험한 곳
무조건 안전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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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은 앞서 언급한 여러 이유를 바탕으로 평소보다 고속으로 주행할 확률이 높은 장소다. 그만큼 사고의 위험도가 높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터널 운전 시 감속 및 안전운전에 유의하라는 의견을 항상 피력해오고 있다.

다만, 일부 운전자들은 되레 이러한 점을 이용해 과속 주행을 일삼는 경우가 있다. 모 자동차 커뮤니티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보면 차량의 속도계를 촬영해 자랑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아무런 사고 없이 주행을 마친 것은 천만다행이지만 만일, 사고 상황이 벌어졌다면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전의 최종적인 목적은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하는 것이다. 자동차에 있어 속도란 생명과도 같지만, 차량의 성능을 자랑하려다 본인과 타인의 삶까지 앗아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안전운전을 생활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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