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현대차의 헤리티지 모델의 리메이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포니, 그랜저를 시작으로 포니 쿠페 기반의 N비전74까지 등장했다. 모두 신세대들의 과거의 유산을 재해석하는 감성인 뉴트로 디자인에 해당된다. 그런데 이 차들은 당시 어마어마한 가격에 거래되던 차들이었다. 과연 얼마나 비쌌을까?

현대차 헤리티지의 시작
고유모델 포니

현대자동차 최초의 고유모델인 ‘포니’는 1974년 토리노 국제자동차 박람회에서 처음으로 공개되었다. 이탈디자인의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의 작품으로, 전 세계의 관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포니는 2년 뒤인 1976년 2월에 정식으로 출시되었다. 당시 포니의 판매 가격은 2,289,200원이었으며, 뒤이어 출시된 ‘포니 픽업’은 1,898,000원, ‘포니 왜건’은 2,455,700원으로 책정되었다. 지금 보면 저렴한 것 같지만 수 십년전 이 금액은 상당한 거금이었다.

단적인 예로, 포니 가격에서 200만 원만 더 보태면 서울시 송파구 잠실1동에 위치한 ‘15평형 주공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었다. 즉, 포니 두 대 가격이 아파트 한 채 가격과 맞먹는 셈이다.

이어서 1980년에는 1.4L 엔진을 장착한 ‘포니 1400’의 자동변속기 모델이 출시되었다. 이 모델의 출시 당시 가격은 ‘2,907,000원’으로, 같은 시기에 탄생한 담배인 ‘솔(1980년 기준 450원)’을 무려 6,460갑이나 구입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이처럼 상당히 높은 가격대임에도 불구하고, 포니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 때만 하더라도 자가용은 부의 상징이었다.

포니는 출시 첫해 10,726대가 판매되며 승용차 시장의 43.6%를 점유했다. 그리고 이듬해에는 무려 54.1%까지 점유율을 올렸다. 포니 출시 전 18,000대에 불과했던 국내 자동차 시장 규모도 89,000대(1979년 기준)로 급성장했다. ‘교통체증’과 ‘주차난’이 신문기사에 등장한 것도 바로 이때부터다.

지금은 수 십년이 흘렀기 때문에 이 차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오히려 웃돈을 주고 구해야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차를 리스토어 해,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기며 색다른 드라이빙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플래그십 헤리티지의 시작
1세대 그랜저

1세대 그랜저는 80년대 중후반을 대표하는 최고급 승용차로, 상위급 모델인 ‘에쿠스’가 출시되기 전까지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을 담당한 모델이다. 최고급 승용차답게 정·재계 주요 인사들의 의전차량으로 사용되었으며, 이로 인해 자연스레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장엄함’, ‘위대함’, ‘웅장함’이라는 사전적 의미에서 알 수 있듯, 그랜저는 각종 첨단 편의 사양을 한가득 품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양으로는 ‘크루즈 컨트롤’과 뒷좌석에서 오디오를 조작할 수 있는 ‘2열 암레스트’가 있다.

가격은 1986년 기준, 16,900,000원으로, 현재 물가를 반영한다면 무려 55,651,700원에 달한다. 6세대 그랜저의 최상위 트림인 ‘캘리그래피’의 가격이 41,330,000원임을 고려하면, 당시 그랜저의 위상이 굉장했음을 알 수 있다.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포니 2’의 가격은 3,471,000원으로, 이조차 상공부의 지시 때문에 14,000원을 인하한 금액이었다. 즉, 포니 2를 다섯 대나 살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꼬박 모아야, 그랜저 한 대를 살 수 있는 셈이었다.

부의 상징 그랜저 3.0

한편 1987년에 출시된 ‘그랜저 2.4’의 가격은 25,500,000원으로, 단 1년 만에 천만 원에 가까운 가격 상승을 보여주었다. 더욱이 1989년에 등장한 최상위 모델 ‘그랜저 3.0’의 가격은 무려 28,900,000원이었다. 이를 현재 물가에 반영하면, 81,555,8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온다.

그만큼 1세대 그랜저는 범접하기 어려운 경지에 위치해 있었다.

물론, 단순히 가격만 비싼 것은 아니었다. 그랜저 3.0은 위에서 언급한 각종 첨단 편의 장비를 포함, 국산차 최초로 ‘ECS 전자제어 서스펜션’과 ‘ABS 브레이크’를 탑재해 탁월한 안전성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1세대 그랜저는 경쟁 모델을 가뿐히 제치고 국산 고급 세단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비싼 가격이 무색할 정도의 판매량(92,571대)이 이를 증명한다.

사실 현재 물가를 반영한 비교는 정확하다고 하기 어렵다.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월급만으로 차량을 구매하는 것이 매우 어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니’만 하더라도, 한때 중산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선망의 대상’이자 ‘로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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