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디젤차 사실상 사형선고, 유로7 등장 예고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가 점점 옥죄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배출가스 규제의 선봉장인 유럽에선 유로6D만으론 만족할 수 없었는지, 유로7을 준비중이다. 유로7의 등장 배경을 보면 작년 하반기 유럽에서 발표된 친환경 정책 ‘핏포55’의 영향이 크다. 이 정책은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밖에 정확히 정해진 바는 없지만 내연기관차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의 배출허용 기준 역시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2030년 출시되는 신차들은 배출가스의 배출량을 65% 수준으로 낮춰야 하고 2035년부터는 0%로 맞춰야 한다. 즉, 내연기관의 끝맺음이 보이는 시기인 것이다.
문제는 가솔린 엔진과 달리 디젤 엔진이 허용기준을 더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솔린의 경우 질소산화물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디젤보다 낮고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기준치를 비교적 수월하게 맞출 수 있다. 반면 디젤차량의 경우 디젤엔진에 요소수, SCR 등 온갖 장치를 붙여야 하기 때문에 비용 상승 문제가 걸림돌로 작용한다. 특히 디젤 하이브리드의 경우 디젤 엔진 자체만으로도 비싼데, 하이브리드 시스템까지 추가되면 상품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결국 환경규제가 심해질수록 디젤엔진이 설 자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최근 현대차를 비롯해 글로벌 제조사들이 디젤대신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체제를 가져가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② 디젤엔진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디젤엔진은 배기량 대비 높은 토크(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상용차 시장에 없어선 안될 존재다. 하지만 엔진 자체의 무게가 무겁고 진동이 가솔린 엔진보다 심하며 특히 환경 오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매연을 통해 그을음 등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연소과정에서 질소산화물 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질소산화물은 그 자체만으로도 독성을 띄고 있고, 각종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기도 하다.
그밖에 유가 상승에 따른 경유가격 불안정도 요인이 된다. 원래 한국을 비롯해 일부 국가에선 보조금으로 경유값을 최대한 억제해 왔다. 경제를 움직이는 화물차들이 경유를 이용한 디젤차량들이기 때문에 유류비 부담을 최소화 하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우-러 전쟁 이후 유가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지금은 휘발유 가격보다 더 높아졌다.
물류 업계 종사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고 일반 승용차 차주들도 디젤차를 구매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졌다. 결국 최근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신차를 찾은 소비자들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③ 빈자리는 수소연료전지
그렇다면, 디젤엔진의 빈자리는 무엇이 채울까? 화물차마저 탈 디젤을 외치려면 그만한 대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할테니 말이다. 현재 상황엔 수소연료전지를 탑재한 화물차가 떠오르고 있다. 짧은 충전시간, 수소연료를 이용한 무공해, 저소음에 따른 소음 공해 해결 등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주행거리가 짧다는 문제가 있기는 하다.
엑시언트 FCEV 기준 400km 정도 주행할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을 수시로 해야하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부족한 스펙일 수 있다.
하지만 이동하는 코스가 일정할 경우 포인트가 되는 지점에 수소 충전소를 마련해 놓으면 안정적인 수소연료 충전이 가능하다. 이 경우 굳이 주행가능거리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한편 최근 캘리포니아 대기질 개선사업에 투입된 엑시언트 트랙터 버전 모델의 경우 최대 720km 정도 주행 가능하다. 미국 내 주행을 기준으로 하면 역시 다소 아쉬울 수 있는 수치이지만 충전소 인프라 확충만 이루어진다면 충분하다.
하지만 내구성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 현행 2세대 수소연료전지는 16만km 수준의 내구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상용차는 장거리 운행이 많아 주행거리 누적이 상당하기 때문에 100만km 이상 주행하는 화물차들이 비일비재하다. 현대차는 3세대 상용차용 수소연료전지의 내구성을 50만km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라 공언했지만 현실적인 조건을 만족하는 상용화에 도달하려면 최소 100만km 이상의 내구성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④ 수소연소엔진도 개발중
한편 수소연소엔진이 다시 재조명 받고 있다. 기존 내연기관 엔진을 살짝 손봐, 수소를 태워 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공기와의 혼합비 범위가 가솔린이나 디젤보다 넓어, 수소가 매우 적게 혼합되어도 엔진을 작동시킬수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연소과정에서 어떤 배출가스가 생성될까? 수소연료전지의 경우 물과 산소, 미량의 수소기체가 배출되지만, 수소연소엔진은 질소산화물이 소량 생성된다. 이외에 탄화수소,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는 생성되지 않아, 기존 디젤의 배기가스 처리 기술을 활용하면 환경규제를 충분히 맞출 수 있다.
수소는 무게 대비 많은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엑체연료보다 밀도가 너무 낮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일반적인 포트 분사 방식으로는 출력이 부족하다. 대신 실린더로 직접 뿌리는 직분사 방식에 터보를 장착하면 충분한 가능성을 지닌다.
해당 분야는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서 고배기량 수소연소엔진을 개발중이다. 2024년에 대형트럭과 버스 등에 처음으로 적용할 예정인데, 현재 기술로는 11리터급 수소연소엔진이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END. 내연기관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가솔린과 디젤의 시대는 분명 저물고 있다. 환경보호와 모빌리티 둘 다를 만족하려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운명이다. 이 과정에서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내연기관엔진 기술을 응용한 수소연소엔진 역시 떠오르고 있다. 기술적으로 호환이 가능한 만큼 근미래에도 기존 엔진과 거의 비슷한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