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신고 응원하는 사회

경찰청 데이터 기준, 2021년 도로교통법 위반 신고건수는 약 291만 건에 달한다. 이는 1년 전인 2020년과 비교했을 때, 36.5%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는 증가 세가 더욱 가파르다. 올해 6월까지 접수된 신고만 이미 140만 건을 넘었고, 올해는 300만 건 돌파가 사실상 확정된 상황이다.

사실 교통법규 위반 신고를 해도 별도의 포상금은 없다. 과거 카파라치 제도와 다른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위반 행위를 발견했을 때, 지체하지 않고 수고스럽게 신고를 한다. 특히 보배드림과 같은 남성 중심의 자동차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이런 행동을 칭찬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반응으로 “저런 건 응징이 답이다.”, “잘했다”와 같은 칭찬세례가 이어지기도 한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신고에 열을 올리는 것일까?

② 안전한 교통환경을 위한 활동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중인 유튜브 채널인 ‘한문철 TV’에서 ‘교통법규 위반 신고를 해봤다’는 이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데, 응답자의 과반 이상이 계도 목적으로 진행했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65%가 계도 목적으로 신고를 했다는 답변을 남겨,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응징하기 위해’ 20%, ‘간접 처벌을 받도록 15%’가 뒤를 이었다.

한문철 변호사는 “유튜브를 비롯해 커뮤니티 등에 신고 경험이 소개되곤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고 방법이 퍼지고, 신고자들은 ‘참 교육’을 통해 쾌감을 느낀 경험을 공유하면서 이러한 행동이 유행처럼 번진 것”이라 설명을 더했다.

③ 금융치료 권하는 사회

유행처럼 번진 신고 행위에 새로운 신조어도 생겨났다. 신고자들 사이에서 유행인 말로 ‘상품권’이라는 표현이다.

교통 법규 위반에 따른 벌금 통지서를 일컬어 상품권이라 표현하는 것인데, 커뮤니티를 조금만 살펴보면 심심치 않게 “어제 ㅇㅇ에서 X만 원짜리 상품권 보냄 ㅋㅋ”, “조만간 우편함에 티켓 하나 날아감”과 같은 글을 볼 수 있다.

이밖에 “금융 치료 해드림”처럼 위반 신고를 통해 통지서를 보낸 것을 두고, 금융 치료라 말하기도 한다. 나쁜 버릇을 고치기 위한 치료 목적으로 통지서를 보낸 것이니 금융치료라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앞선 설문에서 20%를 차지한 응징에 해당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약간의 놀이처럼 위장해 응징에 나서는 심리가 작동한 셈. 실제 커뮤니티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두고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취미로 법규 위반 신고를 하고 있다.”
“별다른 악감정은 없지만, 그냥 재미 삼아한다.”
“세수 확보에 교통환경 개선에 도움이 된다. 이보다 건전한 취미가 어딨겠나.”

■ 신고자를 향한 원망, 그러나 잘못은 없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신고는 오히려 갈등을 부를 뿐이라 비판하기도 한다.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식의 불쾌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신고자를 응원한다. 여러 위법 사항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최근 교통법규 위반 사례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신고하는 사람들 역시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결국 언제나 손이 부족한 공권력의 빈자리를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메꾸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자정작용으로 볼 수 는 있겠으나 시민들의 수고 없이도 효과적인 단속 혹은 단속이 필요 없는 준법 정신이 만연한 사회가 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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