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순한 사람도 악마로 만드는 주차 다툼
주차장에서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제는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이 너무나도 당연한 처럼 여겨질 정도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 별 주차면 대비 등록대수가 100%를 초과하는 구역이 상당히 많다. 즉, 주차공간은 한정되어 있는데 차가 더 많다는 의미다.
문제는 위의 수치는 해당 지역에 등록된 자동차만 대상이다. 도심 지 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은 해당 지역에 등록된 차량 외에 외지인도 많이 방문한다. 때문에 실제 주차 포화도는 크게 상회한다. 이로 인해 불법 주정차는 기본이고, 아예 인도 위에 세우는 몰지각한 사례도 있다.
물론, 지자체에서는 하루에도 수 십번 씩 단속을 진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넘쳐난다. 안타깝지만 유료주차장 마저 세울 곳이 없어, 길가로 밀려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자가용을 끌고 나와야 할 때도 있는 법이다.
한편 서울이 아니더라도 전국의 주거지역 역시 주차 문제로 늘 스트레스다. 이중주차를 해놓고 사이드를 걸어두는 바람에 차를 못빼는 사람은 기본이고, 지하주차장 경사로에 차를 대는 바람에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좁은 곳을 돌다 주차된 차량과 접촉사고를 내고 그냥 도망가는 경우도 비일비재 하다.
이런 상황들에 대해 수 많은 운전자들은 현실에 체념한 듯 그러려니 넘기는 일이 많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뒷 목을 잡을 만큼 분노하는 주차 문제가 있다. 바로, 미리 맡아두는 사람들이다.
② 말문이 막히는 주차 자리 맡아놓기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은 비어있는 주차자리를 보면 차가 가서 주차를 하는 대신 사람이 먼저가가서 자리를 맡아두는 경우가 있다. 곧 일행이 오니, 내가 미리 와서 맡아놨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빈자리를 보고 주차를 하려는 사람들이 맡아두려는 사람과 갈등을 빚는일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상식적으로 주차공간은 자동차를 세우는 곳이지, 사유지가 아닌이상 미리 맡아둘 권리는 없다. 당연히 먼저 들어온 운전자에게 주차 우선권이 주어진다. 하지만 이런 정상적인 논리는 문제의 사람들에게 통용되지 않는다. 누가 뭐라하든 자신의 말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결국 상황이 악화되어 경찰을 불러도 해결되는 건 없다. 경찰도 한숨만 쉴 뿐 서로 원만히 해결하라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다.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내용만 보고 답답하다.
③ 무조건 처벌이 필요한 상황, 현실은?
주차자리 불법 점거는 사찰, 카페, 관광지, 일반 주거지역 등 시간과 장소 상관없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서 언론의 보도만 있을 뿐 무언가 해결되었다는 소식은 들어보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교통전문가들은 주차 자리를 맡아둬도 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한다. 특히, 교통 상황에 있어 사람과 자동차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사람이지만, 주차공간에서는 차가 먼저인건 상식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주차 자리 맡기에 대한 과태료나 벌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공용 주차장일 경우 누군가 독점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위와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 집합건물법에 따라 법적 조치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명확한 법은 존재하지 않아, 향후 주차공간 불법 점거 등에 대한 명확한 법적근거와 과태료 혹은 처벌 기준들이 마련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주차공간 위에 허가 없이 장애물을 놓는 행위의 경우에는 도로교통법이 적용되어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된다. 상황에 따른 피해를 고려하면 매우 적은 과태료 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법적근거는 있는 것이다.
■ 2022년, 상식은 사망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 반열에 오르기는 했으나, 위의 사례처럼 시민의식까지 완전히 성숙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전국 곳곳에서는 상식밖 일이 벌어지며 불필요한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문제는 계속 해서 벌어질 것이다. 시민들의 자율로 해결되지 못할 사안이라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