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현대차 발음, 사람마다 다르다
현대자동차가 유럽에서 ‘현대(Hyundai)‘ 발음을 교정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현대차는 27일 영국법인 유튜브를 통해 해외 현지 발음 변경을 공식 발표하며 이를 알리기 위한 홍보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영상에서는 그동안 통일되지 않은 발음으로 인한 불편함을 담았다. 출연자들은 길 안내를 위해 저마다 음성 비서에게 ‘현대’를 발음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정작 엉뚱한 곳으로 이들을 안내했다.
현지인들의 발음이 제각각이어서 이들은 하이언다이(high n dye), 하와이안타이(hawaiian tie), 아이언가이(iron guy), 하이앤파이(high end pie), 하이랜드아이(highland eye) 등 엉뚱한 곳으로 길 안내를 받았다.
현대차는 영어권 국가에서 발음이 어려워 ‘횬다이’, ‘휸다이’, ‘현다이’ 등등으로 불리고 있으며, 지난 2021년에는 잘못된 철자로 검색되는 브랜드의 압도적인 1위에 자리하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있던 현대차는 지난 2009년부터 슈퍼볼 광고를 통해 ‘It’s Hyundai, like Sunday’라는 문구로 현대와 일요일을 뜻하는 선데이의 발음이 비슷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새롭게 공개된 이번 영상은 ‘새로운 현대의 시작’이라는 문구와 함께 새로운 글로벌 발음 ‘현대(Hyun-day)’를 알리며 마무리된다.
② 글로벌 위상 높아짐에 따른 조치
현대차의 이 같은 행보는 유럽과 미국에서 ‘아이오닉 5‘ 등의 전동화 신차가 각종 매체의 자동차상을 수상하는 등 브랜드 파워가 커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영국법인은 “최근 몇 년 동안 디자인과 전동화를 통해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다”라며 “현대의 영어화된 발음을 글로벌 발음인 ‘현대’로 통일한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 진출 초기 일본 브랜드인 ‘혼다’와 발음이 유사해(‘횬다이’) 혼다의 짝퉁 아니냐는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미국 진출 35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 혼다를 제치고 판매 5위에 오르기도 했다.
또한 아이오닉 5는 세계적인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가 발표한 ‘2023 올해의 SUV’에 선정됐다. 전기차가 ‘올해의 SUV’에 이름을 올린 것은 처음이었다.
뿐만 아니라 아이오닉 5는 올해 4월 ‘2022 월드카 어워즈’에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를 수상했으며 지난달에는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2022 워즈오토 10대 엔진 및 동력 시스템’에도 선정됐다.
또 ‘2022 독일 올해의 차’, ‘2022 영국 올해의 차’, 카앤드라이버 ‘2022 올해의 전기차’, 아우토 모토 운투 슈포트 전기차 비교 평가 종합 1위, 아우토 빌트 최고의 수입차 전기차 부문 1위, 아우토 자이퉁 전기차 비교 평가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경쟁력으로 북미는 물론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③ 다음 차는 현대차
전 세계적으로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현대차는 이전보다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전통적인 브랜드 충성도를 뒤흔들 만큼 현대차의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리서치업체 에드먼즈를 인용, 올해 기아 EV6를 구매한 운전자의 80%가 종전엔 다른 브랜드를 타던 사람들이라고 전했다. 이는 기아 전 차종의 브랜드 전환율인 61%보다 높은 수치다.
WSJ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는 고객 충성도에 기반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왔다. 미국 운전자의 절반가량은 특정 차량 브랜드를 계속해서 구매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확대되면서 전통적인 브랜드 평판은 힘을 잃고 있다.
이는 순수 전기차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들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특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초기 전기차 시장을 지배해온 테슬라에겐 위기다. WSJ은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보내는 테슬라 주가를 압박하는 요인 중 하나는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라며 “테슬라 브랜드 이미지도 최근 몇 달 동안 하락했다”라고 지적했다.
■ 현대차의 존재감 발휘
영어권에서 다양하게 불려왔던 ‘현대’ 발음이 통일되고 지금과 같이 글로벌 전기차 위상을 높여나간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현대자동차가 테슬라를 넘어 전기차 브랜드 중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