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생각보다 많이 고민하는 시트가죽 고르기
신차를 구매할 때 가장 먼저 예산에 맞아야 하겠지만, 다양한 옵션 중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는 문제도 있다. 물론, 풀옵션으로 속 시원하게 지르면 좋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주어진 한도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고르기 마련이다. 주행 관련 옵션, 인테리어 옵션, 각종 편의기능 등 수 없이 많은 옵션 때문에 많게는 수 개월을 고민한다. 주변 지인, 자동차 동호회, 딜러 추천 등 다양한 조언을 취합하고 정말 필요한 사양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중 자동차 시트에 대한 고민도 무시할 수 없다.
시트에 들어가는 소재만 하더라도 직물, 인조가죽, 천연가죽 그리고 나파가죽까지 4가지 이상의 선택지가 제공된다. 간혹 상위 모델이나 고성능 차량에는 스웨이드와 유사한 알칸타라 소재가 들어가기도 한다. 요즘 신차 사양을 보면 직물 시트를 보기 힘들다. 저렴하지만 유지관리가 힘들기 때문이다. 때문에 열에 아홉은 인조가죽과 천연가죽을 두고 고민하게 된다.
인조와 천연. 소비자들은 두 단어를 보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구분하기 어려워한다. 천연 단어를 보면 왠지 더 좋아보이기 때문에 그냥 선택하는 사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조가죽은 좋지 않은 제품일까?
② 인조가죽과 천연가죽 차이는?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의 차이는 단순하다. 실제 동물의 가죽을 가공했으면 천연가죽이다. 반면 천연가죽과 각종 합성섬유를 이용해 만들어냈다면 인조가죽에 해당된다.하지만 두 소재를 모두 만져보았을 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는 인조가죽 품질이 좋지 못해 바로 구분할 수 있었다. ‘레자’라고 언급하며 저급으로 보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요즘 출시된 인조가죽은 예상보다 품질이 좋다. 상품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소재 가공 기술 역시 개선되기 마련이다.
과거 두 가죽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언급되던 것은 통기성과 내구성이었다. 인조가죽도 가죽과 같은 질감을 갖고 있기에 혹여나 액체가 닿더라도 스며들지 않아 유지관리가 용이한 것은 비슷했다. 그러나 천연가죽에 비해 통기성이 좋지 못해 금방 더워지고 땀이 차기 일쑤였다. 통풍 장치를 장착하려 해도 내구도가 약하다 보니 타공을 할 수 없어 이 또한 어려움이 많았다. 요즘 인조가죽은 이러한 단점을 많이 보완했다. 타공 처리는 기본이고 내구성도 크게 개선됐다.
실제 차량을 예시로 들어보겠다. 신형 쏘나타는 트림별로 다른 가죽시트를 제공하는데 인스퍼레이션 트림의 경우 나파가죽 시트가 장착되어 있다. 나파가죽이란 나파 공법을 이용한 가죽으로, 일반 가죽에 비해서 훨씬 부드럽고 감촉이 좋다. 또한, 내구성도 좋은 편이라 상위 모델에 폭넓게 사용된다. 한편 현재 회사 차량으로 운용 중인 신형 쏘나타는 프리미엄 트림이라 인조가죽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나파 가죽에 비해 부드러움이나 착좌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만듦새를 보면 과거의 인조가죽처럼 도저히 사용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시트 관리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돼 심적으로 부담 없이 타기에는 인조가죽이 좋다.
③ 내게 필요한 시트 소재는?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의 갈림길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운전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체크리스트도 그리 많지 않다.질문 내용은 총 4가지로 다음과 같다.
⇒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가?
⇒ 시트 관리를 꾸준히 할 수 있는가?
⇒ 10년 이상 운행할 예정인가?
⇒ 다양한 짐을 싣고 다닐 일이 많은가?
만약 위 4가지 체크리스트 중 3가지 이상에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면 천연가죽 시트를 선택해도 적합할 것이다. 또한 차량을 장기적으로 운영할 예정이라면 천연가죽이 알맞다. 인조가죽이 상품 개선을 통해 내구도가 좋아지긴 했지만 아직 천연가죽의 내구도를 완벽히 흉내 내지 못한다. 짧게 3~5년 정도는 비슷하겠지만 그 뒤에는 서서히 품질 차이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다만, 천연가죽을 꾸준히 관리하지 않을 경우에는 오히려 천연가죽이 불리하다. 천연가죽은 관리가 생명이다.
특히 짐을 자주 싣고 내리는 차량이라면 가급적 인조가죽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앞서 천연가죽의 내구도가 더욱 좋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사람이 착석했을 때의 이야기다. 트렁크 공간 외 2열 등 여러 곳에 짐을 자주 싣는다면 그만큼 시트가 빨리 상할 수 있다. 또, 심하면 물건에 의해 시트가 손상되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수리 및 교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조가죽을 이용하는 것이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덜 받는 지름길이다.
■ 내가 선택한 것이 정답
두 가지 선택지를 두고 어떠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 다만, 각자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보다 적합한 선택지가 존재하는 것이다. 혹시 천연가죽과 인조가죽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었다면 간단한 체크리스트를 점검해보자.
합리적인 소비란 무조건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아니라 알맞게 쓰는 데에 있다. 인조가죽이 발전했다 하더라도 아직 천연가죽에 비해 부족한 점은 분명히 있다. 다만, 그 차이가 종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기에 인조가죽을 택하더라도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차량을 선택함에 있어 여러 가지 고민사항 중 하나인 시트와 관련해 이번 내용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