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기차 최대 약점, 하부 배터리
최근 전기차 배터리 화재가 이슈다. 테슬라를 비롯해 여러 차량이 화재로 이어지면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화재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요즘은 하부 충격이나 교통사고에 따른 배터리 손상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전기차용 배터리 대부분은 하이니켈 배터리인데, 양극과 음극이 있고 그 사이에 두 극을 분리하는 분리막이 있다. 그리고 빈 공간을 액체 상태의 전해질이 메꾸고 있다. 전해질은 두 극의 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통로 역할을 한다.
문제는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분리막이 손상될 위험이 크다. 이 때 두 극이 연결되면서 내부 온도가 급증하게 되고 전해질이 끓어 배터리 케이스를 뚫고 나와 바깥으로 유출된다. 이 때 화재로 이어지게 되는데, 현재까지 소방활동으로 불을 끌 방법이 없다. 유일하게 차를 물에 잠기게 해 강제로 식히는 수 밖에 없다. 결국 배터리 내 온도 급상승으로 화재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배터리 온도를 낮추면 화재를 진압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일반인이 대처할 수 없다. 특히 배터리 화재는 순식간에 발생하기 때문에 탈출하는 게 유일한 상책이다.
② 이러면 조심히 가도 배터리 파손
전기차 차주들이 운전 중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곳은 ‘과속 방지턱’ 구간이다. 가끔 방지턱을 넘다가 하부에 충격이 가해져, 배터리 손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과속방지턱은 규정대로 만들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규정은 ‘권고’여서 크기가 들쑥날쑥 한 경우가 많다. 만약 재수 수 없이 방지턱이 높게 솟아오른 곳을 지나면 아무리 천천히 지나가도 소용없다. 때문에 일부 전기차 차주들은 하부에 긁히는 소리가 나면 당장 차를 세우고 견인차를 부르라고 이야기한다. 단순 긁힘인 상태일 때 차를 들어 빠져나가는 게 상책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과속방지턱 규정을 살펴보면, 폭 3.6m, 높이 10cm 규격으로 만들도록 되어 있다. 아파트 같은 주거단지나 스쿨존 등 통행속도를 시속 30km/h 이하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지역에 설치된다. 문제는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강제로 지킬 필요가 없어 문제가 된다. 특히 이 경우 차주 과실로 잡혀 보증기관과 상관 없이 자비로 수리해야 한다. 요즘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은 대략 2천만원 선으로 전체 전기차 가격의 30~50% 만큼 차지한다.
이런 상황이지만 국토부는 해당 규정을 강제할 생각이 없다. 과속 방지턱을 많이 만들라는 민원과 오히려 줄여 달라는 민원이 상충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도로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또다른 민원이 발생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③ 여전히 실험실 단계 전고체 배터리
현재 전기차 구조로는 화재를 예방할 수 없다. 플랫폼 구조상 노면과 가까운 데다가 주행효율성을 고려해 배터리를 하부에 배치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인 해결 방안으로는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하는 수 밖에 없다. 이 배터리는 전해질이 고체인 차세대 배터리로, 더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자랑한다. 하지만 배터리 및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를 상용화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험 단계의 제품은 있지만 현재 상태론 제조 단가가 너무 높기 때문이다. 또,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면 이온의 이동이 느려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모두 해결하려면 신소재 발굴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 되려면 최소 2030년 이후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 보험 있다해도 불안한 전기차
요즘은 전기차에 별도 특약을 추가할 수 있다. 사고 시 배터리 가격만큼 보장해주는 사항이 있으며, 전기차 충전시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해 부상 혹은 사망에 이르렀을 때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특약이 있다고 해서 차주들이 안심할 수는 없다. 애당초 화재 위험에서 자유로운 것이 상책이기 때문이다. 최근 테슬라 화재의 경우 탑승객이 빠져나오자 마자 불길이 거세지면서 차를 집어 삼켰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사망할 수도 있었다. 앞으로 전기차만 타는 시대가 열릴텐데, 그 때까지 화재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 곳곳에서 화재로 인해 비극이 펼쳐질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