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전국 9만대 유령차의 진실
국토부 데이터를 살펴보면 사망자 명의의 차량 대수는 9만대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그동안 사망자 명의 차량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이렇다할 성과를 얻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 9만 1660대의 사망자 명의 차량이 있으며, 이 중 6개월을 넘긴 차량은 무려 7만 5714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9만여대의 주인 없는 차가 도로 위를 활보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차들이 제대로 말소되지 않는 바람에 대포차로 전락해 각종 범죄에 악용 될 여지가 충분한 상황이라 경고 했다. 특히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현장에서 도주를 할 경우,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 할 수도 있다.
② 문제는 심각한데 법은 제자리 걸음
현재 법에 따르면 차량 소유자가 사망한 경우, 사망 신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차량이 등록된 주소지로 자동차 이전 등록 절차와 상속 관련 사항을 안내하도록 되어 있다. 또한 사망자가 공동명의로 등록된 차량일 경우에도 안내 대상에 포함된다. 만약 안내 문서가 전달되면, 상속 개시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차량 소유권을 변경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반할 경우 최대 50만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 특히 차량 관리 및 운행을 위탁받지 않은, 즉 운행 자격이 없는 사람이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이에 대해 수 많은 시민들은 법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범죄 악용 우려가 높기 때문에 신속히 차량 등록을 갱신하도록 각종 행정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거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하는데 아무런 조치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③ 결국 범죄에 악용된 유령차
이 처럼 사망자 명의의 차량은 잠재적으로 범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한 적이 있다. 몇 개월 전 충남 보령에서 사망자 명의 차량이 상가건물 1층 매장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가게 전면 유리창 및 각종 집기류가 파손되어 1천만원 가량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문제는 이 차를 운전한 가해자는 옷을 갈아입은 뒤 차량을 버리고 걸어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음주운전 혹은 졸음운전에 무게를 두고 있으나, 가장 큰 문제는 뺑소니를 내고 고의적으로 도주를 했다는 점이다. 보통 우리나라에서는 뺑소니 검거율이 매우 높지만 이번 사례의 경우 아직까지 붙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④ 5년동안 지적해도 안 바뀌는 현실
사망자 명의 차량 문제는 무려 5년 전 부터 지적됐다. 감사원은 2017년 10월에 공개한 ‘사망·실종·외국 체류 정보관리 및 활용실태’ 감사 보고서를 낸 바 있다. 일부 내용을 살펴보면 “국토교통부가 사망자 차량의 이전등록 미이행 또는 운행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명시해, 관할 부처에서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사망자 차량 9만 7천여대 가운데 5만 9천여대가 사망일로부터 5년 이상인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5년 경과 차량 중 1만 6천여대는 5년 동안 과태료 만해도 36억원어치나 부과된 것으로 밝혀졌다. 즉, 사망자 차량임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황인데도 이에 대해 조사를 하기는 커녕 방치했다는 것이다.
■ 범죄악용 주의보
도로교통공단 전문가에 따르면, 차량 소유주와 실제 운전자가 다를경우 범죄 발생 시 누가 그랬는지 소명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소유주는 이미 죽은 사람인데, 귀신이 범죄를 저지를 리 없으니 말이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발생한다면 결국 대형사고가 발생해도 범인을 붙잡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문제 해결과 제도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식의 사후약방문 정책 운영은 절대로 나와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