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급변하는 자동차 시장, 폭스바겐은?
폭스바겐코리아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디젤 엔진 기반 차량을 주력 모델로 내세웠다. 클린-디젤이라 불리며 한창 유행하던 시기에는 잘 나갔지만 디젤게이트를 비롯해 친환경 자동차 시장이 대두되면서 사람들의 구매리스트에서 제외되기 시작했다. 또한 폭스바겐 특유의 까다로운 메인터넌스와 날이 갈수록 치솟는 경유값에 하이브리드, 전기차, 가솔린 차량을 찾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었다. 그런데도 폭스바겐코리아는 “한국 시장은 아직 디젤엔진의 경쟁력이 높다.”라는 이유로 파워트레인의 다양성을 제공하지 않았다. 그나마 요즘은 전기차 출시와 가솔린 모델 확대로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그동안 쌓인 이미지 때문인지 과거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완전히 회복하는 데는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② 다소 늦은 것 같은 가솔린 파워트레인 도입
유럽 프리미엄 브랜드들을 살펴보면 디젤게이트 이후에도 꾸준히 디젤 엔진을 판매해온 것이 사실이다. 다만, 마일드 하이브리드 형식으로 가솔린 파워트레인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202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모델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해외 브랜드들도, 한국 시장은 디젤 엔진 판매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가솔린 및 친환경 라인업을 늘리는 방향으로 판매를 이어 나갔다. 심지어 현기차도 디젤 엔진을 거의 대부분 없앴고, 심지어 포터2 같은 소형 1톤 트럭 마저 디젤 엔진이 빠질 예정이다.
여러 수입차 브랜드에서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점진적으로 늘리기 시작하자, 판매량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 2020년은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의 전체 판매량인 178,397대 중 가솔린 모델이 99,083대, 디젤 70.139대를 기록했다. 아울러 2021년 전체 판매량 181,800대 중 가솔린 모델이 115,429대, 디젤 모델 46,423대의 판매량을 보였으며, 2022년에는 가솔린 모델 127,497대, 디젤 45,247대가 판매될 정도다.
③ 디젤 오명, 티구안으로 해결 가능할까?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인 티구안, 지난 8월에 선보인 신형 타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를 통해 가솔린 파워트레인도 함께 선보였다. 과거 ‘디젤 재고떨이’의 논란을 잠식하기 위해 내려진 결단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으며, 과거 폭스바겐 관계자는 “한국 시장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고자 내려진 결단”이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그래도 작년 한 해 국내 폭스바겐 판매량 중 티구안이 가장 많이 팔리며 전체의 39% 가량을 차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가솔린 모델의 투입이 늦었다”라는 의견이 나왔었다. 이유는 여타 다른 제조사들은 하이브리드 모델이 주력인 상황에서, 폭스바겐이 내세운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은 대응이 늦었다는 인식만 심어줬다는 게 업계의 인식이다. 추가로 출시 당시, 순수 전기차 외적으로 하이브리드 모델의 출시 여부 또한 따로 밝힌 바 없으니 사실상 가솔린 터보 파워트레인과 순수 전기차 ID시리즈를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 인기 모델을 늘려나가야 안정권
사실 폭스바겐이 뒤늦게나마 가솔린 모델을 적용하여 출시한 건, 소비자 입장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또한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 골프를 비롯해 가성비 수입차로 명성을 떨치는 제타도 가솔린 파워트레인을 장착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였다. 그러나 현재 신차 라인업 중, 성과를 내는 모델은 티구안과 ID.4, 아테온 정도가 전부다. 정통 해치백의 골프는 탄탄한 주행 성능과 탁월한 밸런스를 토대로 월등한 주행 능력을 자랑했지만, 해치백이란 타이틀은 여전히 국내 시장에서 어필하기 힘든 부분이며 제타 또한 신차효과가 떨어져 판매량이 감소하는 추세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다. 그만큼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과 노하우, 다양한 판매망을 갖춘 건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 특성상 실적이 미온적인 시장엔 투자가 소극적인 것도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현재 순수 전기차 ID.4의 성공적인 판매가 이뤄짐으로써, 한국 시장은 친환경 파워트레인의 관심도가 높다는 걸 입증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향후 다양하고 좋은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 출시될 수 있을 지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