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혼란스러운 전기차 충전 인프라
전기차 보급 확대에 맞춰 충전 인프라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975억원이었던 전기차 충전시설 구축예산을 올해 2925억원으로 대폭 확충한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양적 성장을 통해 그럴듯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아니다. 질적 성장이 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대표적인 원인은 일명 ‘무자격 시공자’가 시장에 많다는 것이다.
무자격 시공자란 면허를 등록하지 않은 기술자를 말한다. 전기공사업을 영위하려면 지자체 관청에 ‘업체 등록’ 신청을 해야 한다(전기공사업법 제4조 1항). 자본금 1억5000만원에 3인 이상의 기술자와 사무실을 보유해야만 전기공사업체로 등록할 수 있다.
하지만 면허를 등록한 공인 업체에 속하지 않은 무자격 시공자는 일용직 형태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면서 충전기 설치 공사를 한다. 불법으로 면허를 대여해 작업하기 때문에 관계 기관에서 이를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때문에 충전기 안전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무자격 시공자가 진행한 공사는 안전성은 물론 AS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시공자는 충전기가 용도에 맞게 설계됐는지 인증을 받아야 하고, 충전기 공사 전 안전공사의 ‘전력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전기설비기술기준’과 ‘한국전기설비규정(KEC)’이란 두가지 표준 규격에 따라 충전기 설치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이중 하나라도 부합하지 않으면 시공을 할 수 없다.
무자격 시공자도 이러한 기준을 지키며 충전기를 설치하긴 하지만, 시공 원가 절감 등을 이유로 규제를 교묘히 빠져나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무자격 시공의 경우 사후 문제가 생겼을 때 수리를 요청하거나 책임을 묻기가 어렵기 때문에 피해자만 낳을 우려가 있다.
② 화재 안전 규정 미비
특히 화재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지난해 1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전기차 충전시설 의무 대상은 100세대 이상 아파트, 주차 대수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ㆍ공영주차장으로 확대됐다.
신축시설은 총 주차대수의 5%, 기축시설의 경우 2%까지 전기차 충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국토교통위원회에 의하면 전기차 충전시설 증가에 따라 충전 중 발생하는 화재가 20배 이상 폭증하고 있는 거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 충전시설 화재 대비를 위한 규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충전시설 관련 안전 기준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만큼 전기차 사용자들이 고스란히 화재의 위험성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 충전시설에 대한 안전 기준은 아직까지도 거의 없다시피 한다. 전기차 화재는 주행 중 또는 충돌 후만큼이나 충전 과정에서 많이 발생하는데 배터리 온도가 급속도로 오르는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 진압이 쉽지 않다. 더군다나 충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지하주차장의 경우 소방차 진입도 수월하지 않고 유독가스가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자칫 피해를 키울 우려가 있다.
그럼에도 전기차 충전 관련 법이 없어 지자체는 별다른 단속 없이 안전 조치만 권고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자체에선 신축건물 지하에 전기차 충전시설을 설치할 경우 환풍기 등을 갖춘 장소에 배치할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사항이 아니다.
환경부의 내부 지침에도 ‘충전기 설치 시 안전 설비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는 의무 조항은 없는데,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때 반드시 뒤따라야 하는 ‘안전 설비’ 규정이 없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③ 보급 확대되는 만큼 안전 규제도 시급하다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확대되는 것은 칭찬받아야 마땅한 일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2년 12월 기준 전국의 급속 또는 완속 전기차 충전기 설치 대수는 20만5205기다. 지난해까지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가 38만9855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충전기 1기당 전기차 1.9대를 충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매우 양호한 수치다.
적어도 충전 중에 발생할 수 있는 화재 등의 사고는 예방 가능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충전기가 많아지는 만큼 안전 규제와 안전 설비 역시 동일한 속도로 발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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