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전기차 직격탄
실적 위기, 유럽에서 해법 찾아 주목
현대차, 유럽 다수 나라에 현지 공장 이미 구축해 위기 모면
유럽에서 선방중인 현대차
최근 유럽 시장에서 현대차그룹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을 두고 업계에서는 미국 시장에서 내세웠던 ‘10년, 10만 마일 보증’을 활용해 유럽에서 ‘최대 8년 보증’으로 승부수로 걸었던 것이 시장에 안착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유럽에서 보증 기간으로 보통 5년을 제공한다. 그러나 아이오닉과 코나 EV는 보증 기간이 8년이다. 기아는 모든 모델의 보증 기간이 7년이다. BMW, 폭스바겐, 벤츠, 아우디 등 다른 브랜드들이 보통 2년,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브랜드가 대부분 3년만 보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꽤 긴 편이다.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며 브랜드 위상을 높인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유럽에서 처음으로 시장 점유율 3위를 기록했다.
▲1위 폭스바겐 그룹 (24.7%)
▲2위 스텔란티스 그룹 (20.3%)
▲3위 현대차 그룹 (9.4%)
▲4위 르노 그룹 (9.1%)
▲5위 도요타 그룹 (7.2%)
▲5위 BMW 그룹 (7.2%)
▲7위 메르세데스-벤츠 (5.7%)
유럽 시장에서 2001년 1.5%에 불과했던 현대차그룹의 점유율은 20여 년 동안 8.2%p 높아졌다. 수치로만 보면 낮지만, 무대가 자국산 자동차에 자부심을 갖고 있는 유럽인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약진이다. 참고로 같은 기간 유럽에서 도요타의 점유율은 2001년 3.7%에서 2022년 7.2%로 3.5%p 오르는 데 그쳤다.
현대차 유럽 안착 비결
진짜 비결은 따로 있었다. 유럽에서 현대차그룹은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말인즉 개발부터 생산까지 모두 유럽 내에서 이뤄진다는 말이다. 이 전략이 첫 번째 유효타로 제대로 작용했다. 2022년 상반기 기준, 유럽 판매량 전체의 70% 달하는 물량이 현지에서 생산된 차종이다. 실제로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기아차 유럽 기술연구소가 신차를 개발하면, 같은 지역에 위치한 유럽 디자인센터가 신차 디자인을 진두지휘한다. 이후 생산은 체코(현대차), 튀르키예(현대차) 그리고 슬로바키아(기아) 등에 있는 현지 공장이 맡는다.
두 번째 유효타는 현지에 맞는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유럽에서 인기 있는 축구를 적극 활용한 것이다. 2002년부터 월드컵을 후원하며 인지도를 높였던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간 영국 프리미어리그 ‘첼시 FC’, 스페인 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 A ‘AS로마’,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BSC’ 및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축구에 빠져 사는 유럽인 취향에 맞춘 마케팅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큰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과 가격 정책역시 효과적이었다. 독일의 3대 자동차 전문지로 꼽히는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MS)’는 현대차·기아가 유럽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를 분석하며, “현대차·기아의 디자인은 1990년대 독일에 처음 진출했던 때보다 눈에 띄게 개선됐다”며 “독일 진출 초기의 현대·기아차는 ‘저렴한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급 소재와 다양한 안전·친환경 기술을 제공하는 브랜드로 바뀌었다”고 분석했다.
현지화 마케팅의 달인 현대차
기아차 중에서 유럽에서 잘 팔리는 ‘스포티지’, 그런데 이름은 같아도 생김새는 국내 모델과 일부 차이가 있다. 차 길이(전장)가 국내 및 다른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되는 모델보다 145㎜ 짧다. 국내에서 파는 모델은 전장이 4660㎜인데, 유럽형 스포티지만 4515㎜다. 이 영향으로 휠베이스(자동차의 앞바퀴 중심과 뒷바퀴 중심 사이의 거리)도 유럽형 스포티지는 국내 모델(2755㎜)보다 75㎜ 짧은 2680㎜다.
유럽 모델 차량의 크기가 작은 이유가 뭘까? 알고 보니 상대적으로 좁은 유럽 도로의 특징 때문이었다. 유럽형 스포티지는 차체가 짧은 만큼 실내·트렁크 공간이 좁은데, 소형 해치백이나 콤팩트 SUV와 같은 실용적인 차를 좋아하는 유럽에선 이점이 단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유럽 맞춤형인 ‘메이드 포 유럽(Made for Europe)’ 모델이다. 그러면 가격은 어떨까?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2WD(후륜구동) 모델 기준 국내는 3163만 원부터인데, 유럽은 독일 기준 3만 8450 유로(약 5200만 원)부터 시작돼 국내보다 비싸다.
유럽 매출로 버티는 현대차
미국 난관 해결할까?
다행히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지난해 8월 발효된 IRA(인플레이션 방지법)로 위기를 맞은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최근 유럽 시장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글로벌 브랜드로 이미지를 확대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과연 올해 유럽 시장에서는 어떤 성과를 거두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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