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테슬라, 48V 전환 예고
테슬라는 지난달 인베스터 데이에서 48V 기반 E/E(전기·전자) 아키텍처 도입을 예고했다. 오늘날 대다수의 자동차는 12V 전압을 상정한 배터리와 발전기, 그리고 그에 맞춰 설계된 전장부품을 사용하고 있는데, 48V를 새로운 표준으로 제시한 것이어서 업계가 주목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등은 구동계 일부에 고전압 부품을 사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마일드 하이브리드 차량의 스타터 제너레이터나 배터리 등은 48V를 사용하는 경우다. 그러나 이때도 일반 전장 부품은 대부분 12V이거나 그보다 낮은 전압을 사용한다.
하지만 테슬라가 올 하반기 양산 예정인 사이버 트럭부터 48V 기반 E/E 아키텍처로 전환한다고 밝힘에 따라 기존 자동차 기업들의 눈치 싸움과 전기차 후발 주자들의 추격 부담이 뒤섞일 것으로 보인다.
② 48V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테슬라에 따르면 각종 전자 장비가 탑재된 최신 자동차는 250A(암페어)의 전류를 감당하기 위해 차내 배선이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전선 중량도 증가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에 테슬라는 사이버 트럭과 이후 출시되는 차량,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48V 아키텍처를 적용한다고 밝힌 것이다.
테슬라의 주장처럼 48V 아키텍처를 도입하면 차량 경량화에 도움이 된다. 48V 아키텍처는 12V와 비교해 필요 전류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즉 배선을 단순화하고 전선 중량을 줄일 수 있어 구조적으로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차량 경량화·비용 절감 등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행 전기차에는 30~60kg 수준의 전선이 탑재되는데 관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많은 전력을 요구하는 연산·음향 시스템 탑재도 용이해진다는 입장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48V 전환 시 전기차 전력의 3∼7%가량을 소모하는 조명과 인포테인먼트 등의 전장 부품 전력 손실을 줄일 수 있으며 전류가 감소해 전체 길이가 최대 4km에 달하는 차량 내 전선도 절감할 수 있다.
다만 시판 중인 대다수 자동차가 12V를 사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48V 부품은 신규 개발이 필요하므로 납품 단가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8V 부품의 수요처가 현재로썬 테슬라로 한정돼 제조원가를 낮추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③ 테슬라의 48V 전화 예고가 의미하는 것
이번 테슬라의 선언은 부품 생태계에서 테슬라의 입지가 충분히 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사이버 트럭 양산이 임박한 시점에서 48V 적용을 공언했다는 점은 새로운 규격의 부품을 적정 비용으로 양산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부품 기업들과 협의를 완료하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즉, 기성 자동차 부품 업계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했던 테슬라가 이제 자체적인 부품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설계의 주도권과 독자성을 유지하면서도 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할 수 있게 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테슬라가 48V 전환을 통해 아키텍처(구조)·모듈러(부품) 혁신의 이점을 증명한다면 기존 완성차 업체들 역시 전환 부담을 짊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존 부품 기업들과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산적·구조적 문제로 실질적인 전환에는 오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따라서 테슬라의 48V 전환 계획은 그 자체만으로 다시 한번 자동차 업계의 혁신을 불러일으키고, 레거시 기업과의 격차를 벌리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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