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럭셔리 수입차 판매 증가
초호화 럭셔리 자동차가 잘 팔리고 있다. 뉴스만 틀면 쏟아지는 경제 위기 소식이 무색할 만큼 해를 거듭할수록 럭셔리 자동차의 판매량은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기본 3억이 넘는 최고급 자동차들 중 하나다. 이들은 올해 들어서만 국내 판매량이 300대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롤스로이스와 벤틀리의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등록대수는 총 290대다. 롤스로이스가 77대, 벤틀리가 213대다. 차종 별로 살펴보면 롤스로이스 컬리넌이 38대, 고스트가 28대, 팬텀이 6대였고, 벤틀리의 경우 SUV 벤테이가가 76대, 플라잉스퍼 74대, 콘티넨탈 GT가 63대였다.
벤틀리는 지난해 국내에서 775대가 팔렸다. 이는 전년 대비 53.2% 증가한 수치로 2006년 한국 진출 이후 최대치다. 이를 통해 한국은 일본(644대)을 제치고 아·태 지역에서 벤틀리가 가장 많이 팔린 국가에 올라서기도 했다. 올해 판매 추세를 보면 지난해와 비슷하게 판매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SUV가 세단보다 강세를 보였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외에도 올해 85대가 등록된 람보르기니는 이 중 53대가 SUV 모델인 우루스였으며 100대가 등록된 마세라티 역시 SUV 판매가 80%에 달했다. 대표 SUV 르반떼가 45대였고, 그보다 작은 그레칼레가 35대로 집계됐다.
② 급부상한 한국 럭셔리카 시장
한국은 최근 수년간 럭셔리카의 주요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경기 침체 우려에도 불구, 한국 슈퍼카 시장은 성장세를 지속하며 중국에 이어 아시아-태평양(아·태) 지역의 최대 시장으로 성장했다. 이에 고급 브랜드의 리더들도 직접 한국을 방문하며 중요성을 피력하며 트렌드를 파악하고자 하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회장과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모터카 최고경영자(CEO)가 각각 한국을 찾아 판매 전략을 모색했고 존 엘칸 스텔란티스·페라리 회장이 방한한 것도 화제를 모았다.
여러 고급차들이 있지만 특히 포르쉐의 존재감이 두드러진다. 포르쉐 차량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내에서 2966대 판매됐다. 이는 전년(2405대)보다 23.3% 증가한 수치다.
놀라운 것은 포르쉐의 시장 점유율이다. 올 들어 포르쉐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4.81%에 달한다. 이는 전체 수입차 브랜드 중 6위에 해당한다. ‘억’ 소리 나는 슈퍼카 브랜드임을 감안했을 때 굉장히 높은 점유율이라고 할 수 있다. 볼보코리아(4위, 6.47%)와 토요타코리아(5위, 5.34%)와 1%대 차이에 그치는 것이다. 가격 차이가 평균 2-3배라는 점은 포르쉐의 저력을 더욱 실감하게 해준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포르쉐의 성장세는 더 돋보인다. 2012년 연간 1516대 판매에 그쳤던 포르쉐는 지난해 한국에서 무려 8963대가 팔리며 10년 동안 8배 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③ 왜 이렇게 잘 팔리는 걸까?
많은 소비자들이 이러한 고급 외제차를 ‘드림카’로 꿈꾸고는 하지만 실제 구매까지 이뤄지는 경우는 극히 소수다. 그럼에도 최근 이런 차량들의 소비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요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수입차 시장 확대와 국내 자동차 문화의 다변화를 주로 꼽는다. 실제 국내 수입차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국내 수입차 등록대수는 지난해 28만3435대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13만858대)과 비교해 시장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것이다.
이와 동시에 다양한 금융 상품이 탄생하며 성장을 도왔다. 금융 할부 프로그램으로 고급차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법인차로 차량을 구입할 경우 세금 혜택이 주어지는 것이 럭셔리카 수요가 많아지는 데 크게 일조했다. 최근 5년(2018~2022년)간 판매금액이 1억~4억원 이하인 차량 중 71.3%는 법인차였으며 비중 또한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올해 1분기 1억5000만원 이상의 고가 법인차 신규 등록 대수는 전년 대비 8%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차가 럭셔리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한 것이다. 참고로 신규 법인차 모델은 포르쉐(587대)가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494대) 대비 18.8%(93대) 늘었다.
대한민국 특유의 과시 문화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고급차를 통해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한국 사회에서 사람들은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중요시 여기곤 한다. 이게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부작용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개인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소비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시하기 위한 무리한 소비가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몇 해 전부터 ‘카푸어’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것도 이러한 부작용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법인차 세금 혜택을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도 부작용 중 하나이다. 정부는 번호판 구별을 통해 탈세 도구로 악용되고 있는 고가 법인차에 제동을 걸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효과는 없다. 오히려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기 전에 사 놓아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 고가 법인차 구매가 더 활발해진 모양새다.
수입차 시장 성장을 들여다보면 대중 수입 브랜드가 아닌 럭셔리 브랜드 위주로만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우려의 시선에 힘을 싣는다. 보다 건강한 문화가 정착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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