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 업계는 전기차 배터리 때문에 고생 중이다. 원자재 확보부터 고출력, 가성비, 안전성까지 모두 아우르는 배터리를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 양산 중인 배터리로도 장거리 주행이가능할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뤄 왔지만 점점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다.
특히 NCM, NCMA 등으로 대변되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전기차 생산지연의 가장 큰 원인이자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사실상 전기차 보조금 없이는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LFP라 부르는, 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실 예전부터 있던 고전압배터리인데, 주요 제조사들이 사용하는 방식과는 다른 제품이다.
전기차 대세, NCM 배터리
리튬이온 배터리의 내부 구조를 심플하게 설명하면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으로 나뉘어 있다. 이 중 양극재 성분에 따라 전기차의 성능이 달라진다. 요즘 주로 사용하는 건 NCM 리튬이온 배터리인데, 니켈 – 코발트 – 망간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여기서 양극재의 세 성분이 하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니켈은 에너지 밀도, 즉 배터리 용량과 관계가 있으며 코발트와 망간은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니켈 함량이 많을 수록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니켈 함량이 너무 높으면 배터리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 에너지솔루션, 삼성 SDI, SK온이 있다. 보통 NCM은 6:2:2 수준으로 배합하지만, 최신 기술을 적용하면 9:0.5:0.5로 극단적인 비율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경우 스펙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400km 가던 전기차를 600km로 확 끌어올릴 만큼 높은 에너지밀도를 지닌다. 문제는 너무 비싸고 글로벌 이슈 때문에 원자재 구하는 것 조차 힘들다. 그래서 전기차를 구매하려면 1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보급형 전기차의 희망
LFP 배터리
전기차 양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가격 역시 급등 하면서 LFP 배터리가 업계의 새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배터리는 리튬이온배터리와 양극재 성분이 다르다. 기존 배터리가 니켈, 코발트, 망간 등을 사용하지만, LFP는 코발트 대신 인산철(LFPO)이라는 성분을 넣었다.
이 배터리의 장점은 확실하다. 기존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 외에도 안정성이 높다. LFP 구성 성분인 리튬인산철의 구조가 매우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과충전이나 과방전으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위험이 낮다. 또한 배터리 수명도 긴 편이다.
어찌보면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제격인 배터리다. 하지만 무게가 무겁고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효율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400 km정도 가던 전기차라면 LFP로 바꾸고 나서 384km로 줄어든다. 극단적인 주행거리 감소는 아니지만 1km가 아쉬운 상황엔 치명적인 단점으로 볼 수도 있겠다.
다만 LFP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중국에선 저가형 전기차 보급을 통해 내수만으로 규모의 경제를 구현했으며, 요즘은 CATL, BYD 등 중국 내 주요 배터리 제조사에서 LFP의 한계를 보완한 고출력 배터리를 선보이기도 해, NCM 배터리를 대체할 합리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LFP에 눈독들이는
자동차 제조사들
LFP의 장점이 확실하고, 단점 역시 어느정도 보완된 터라 일부 제조사들은 LFP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놓고 있다. 2021년 벤츠와 폭스바겐이 중국산 LFP 배터리를 도입했고, 올해엔 포드, 테슬라가 중국산 LFP 배터리 도입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요즘 LFP 배터리는 이미 차세대 버전이 공개되어 각광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CATL의 M3P라 불리는 배터리가 있는데, 리튬인산철 성분에 망간과 아연, 알루미늄을 추가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한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의 밀도가 1kg 당 250와트시인데 M3P는 1kg당 230와트시에 달했다. 그동안 단거리 혹은 골프카트용으로 쓰면 된다는 편견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성과로 평가받고있다. 이런 와중에 테슬라까지 LFP 탑재가 확정되면, 전 세계적으로 LFP 배터리 확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가격 측면에 있어 LFP를 탑재할 경우 지금보다 20~30% 저렴한 전기차를 내놓을 수 있다. 만약 2300만원인 아이오닉 5용 배터리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와 비슷한 스펙만큼 LFP 배터리를 탑재하게 되면 1610만원으로 확 줄어든다. 총 690만원이 절약된 것인데, 전기차 국가 보조금 최대 액수에 근접할 정도의 규모다.
이렇다보니 상반기 LFP 배터리 사용량은 67GWh(기가와트시)로 작년 동기보다 153%나 증가했다. 결국 빅3로 불리는 한국 배터리 제조사들도 LFP 개발을 서두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터리 성분으로
차 등급 나누는 상황 올까?
이처럼 소재 별 전기차 배터리의 장단점이 분명하다보니, 자동차 제조사에선 프리미엄 전기차엔 NCM 배터리를, 중저가형 전기차에는 LFP 배터리를 넣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앞으로 배터리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인데, 캐시카우가 될 주력모델의 가격을 계속 높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나 수준의 소형 전기차엔 LFP 배터리를 넣어 가격 억제를 하지만, 제네시스 G80 전기차에는 LFP 대신 NCM 수준 이상의 프리미엄 배터리가 탑재되는 식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건, 차에 들어간 배터리 종류가 무엇이냐에 따라 소비자들 끼리 차 급을 나누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동일 모델이라 할지라도 생산 지역이나 탑재 엔진에 따라 급을 나누는 일이 비일비재 한데, 전기차로 넘어와선 배터리 타입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LFP 자체가 나쁜건 아니지만 중국에서 먼저 활성화 되었고, 시작이 중저가 전기차 보급이다보니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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