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 약 3개월 가량 남은 가운데, 올해부터 실시된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로 인해 국내 완성차 압계는 비상이 걸렸다. 이 제도로 인해 차량 1대당 60만원이라는 벌금이 매겨져 업체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의 벌금을 내야 할 상황이다.
도대체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는 무엇이고,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도 모자랄 판에 벌금이라니 어떻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자.
적게 팔았다고 벌금이라니,
이게 무슨일?
국내 완성차업체들 중 일부가 내년에 수십억원의 벌금을 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이는 올해부터 시행된 ‘무공해차 보급 목표제’의 영향이다. 무공해차 보급목표제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내에 전기차와 수소차만 전체 판매량의 8-12%를 달성토록 하는 제도다.
현재 유력 업체는 르노코리아, 쌍용, 한국 GM으로, 이 중 국내 전기차 생산 시설이 없는 르노와 GM은 연내 수천씩 전기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를 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현대차와 기아차 역시 무공해차(전기차 수소차) 내수판매 실적은 정부의 보급 목표에 턱없이 모자랐다. 연간 판매량의 12% 이상을 무공해차로 채워야 하는 현대와 기아는 상반기 기준 각각 10.9%, 8.8%에 그쳤다. 그러나 정부가 무공해차 보급 목표 미달에 따른 기여금을 매길 때 전기차 한 대를 최대 석 대로 환산해 인정해주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와 기아는 목표 달성이 가능해 벌금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결국 8% 이상 판매 목표를 부과받았지만, 각각 1.9%, 0.4%, 0.5% 밖에 채우지 못해 현대와 기아처럼 정부의 환산 정책을 적용해도 목표달성이 어려운 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한국GM만 기여금 명목의 벌금을 내게 생겼다. 벌금은 미달 차량 한 대당 60만원 씩 매겨진다.
당장 내년에 이들이 낼 벌금도 문제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대 당 벌금이 2026년 150만원, 2029년부터는 300만원으로 올라갈 것으로 알려지며. 목표 달성을 못한 회사의 경우 연간 벌금이 최대 수백억원까지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마땅한 해결책 없는 르쌍쉐,
가만히 앉아 벌금만 내야 될 판
29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한국GM은 올해 내수판매 8% 이상을 전기차로 채워야 하는데, 상반기까지 모두 1% 안팎에 그쳤다.
올해 3사의 연간 판매량이 각각 5만 대 수준으로 예상되는 만큼 목표 달성을 위해선, 연내 4000대(정부 환산 기준으론 1300대 안팎)가량을 판매해야 한다. 그러나 상반기까지 한국GM과 쌍용차는 100대 안팎, 르노코리아는 500여 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올해 남은 기간에 정부 환산 기준으로 각각 1000대가량 더 수입해서 팔아야 목표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현실적으로 목표 달성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보고 있다. 우선 르노만 해도 전기차 ‘조에’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지난달부터 사실상 판매를 중단했다. 조에가 소형 해치백 모델이라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받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코란도 이모션’에 기대를 걸었던 쌍용차는 배터리 공급난으로 판매를 중단했으며, 한국GM은 배터리 리콜 문제로 7월에야 볼트 EV 수입을 재개했지만, 너무 늦게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는 3사의 위기에 대해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대량 수입하거나, 국내에 조속히 전기차 생산시설을 지어야 하는 방법 뿐” 이라며, 이어서 “사실, 현실적으로 두 방법 모두 여의치 않기 때문에 사살상 꼼짝없이 벌금을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정책에 두 가지 벌금,
개선 필요해 보이는 정부 정책
정부는 친환경 차동차 관련해, 이미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제’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완성차 업체에 과징금을 매기고 있다. 실제로 르노코리아, 쌍용차 등은 400억원(2019년 기준)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이 때문에 무공해차 보급 목표 미달 기여금이 ‘이중 벌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의 현재 정책은 전기차를 많이 팔지 못했다고 벌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했다고 또 벌금을 내라는 식”이라며 “탄소중립이라는 같은 정책 목표를 놓고 두 가지 페널티를 부과하는 건 과한 정책”이라고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등도 차량 온실가스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 단위에서 전기차 보급목표제까지 동시에 도입한 곳은 중국 정도다. 한 자동차관련 협회 회장은 “국가 체제가 다른 중국을 제외하면 국가 단위에서 무공해차 보급목표제와 온실가스 규제를 동시에 시행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며 “ ‘수입 촉진책’으로 변질된 현재 정부의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에디터 한마디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가 나서는 것은 좋다. 다만, 국내에 있는 모든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만 몰두 할 경우, 국내 내연 기관차 생산량이 줄어들고 뒤이어 관련 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전기차 판매 확대를 위해 벌금을 매기는 현재 방식 보다, 실적에 따른 인센티브 지급 방식으로 기업이 국내 시장에 투자를 늘리게 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