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경차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고유가,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 침체를 원인으로 보고 있다. 물론 원인이 다소 불편하지만, 모처럼 경차 시장이 활기를 띠자 제조사들은 흐름을 타기 위해 후속 모델 준비 작업에 빠르게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과연 모든 경차가 판매량에 미소를 지었을까? 오늘은 이 질문을 시작으로 ‘경차 판매량 증가 이슈’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 한다.
① 잘 나간다는 경차, 얼마나 팔렸나?
잘 나간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서 공개한 ‘11월 자동차 등록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국내 경형 자동차의 2022년 올해 누적(1~11월) 등록 대수는 10만 대를 넘어선 12만 4624대를 기록했다.
이는 20만 4364대를 기록했던 지난 2012년 이후, 우하향 하면서 2020년과 2021년 10만 대 밑으로 떨어졌던 경차 판매량이 3년 만에 다시 10만 대를 회복한 것이다.
다른 차종에 비해 경차는 상대적으로 경기 불황 시기에 판매량이 상승하는 차종이다. 업계 전문가 역시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 유가상승, 금리 인상 등 경기 불황하면 따라붙는 현상들이 가성비 높은 경차 판매량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② 경차 인기 상승의 주역은 ‘이 차’
경차 인기가 상승 ‘이유’와 달리 ‘주역’을 꼽으라 한다면 단연 ‘이 차’일 것이다. 바로 ‘캐스퍼’다.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는 지난달(11월)에만 5573대가 팔리며 출시 이후 월간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이유로는 캐스퍼가 공간 활용도가 높은 차량인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귀여운 디자인, 온라인 판매 방식 등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이러한 캐스퍼에 인기를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먼저 지난 10월, 고객들의 선호 사양만 골라 모아 기본 사양으로 적용한 신규 트림 ‘디 에센셜’을 출시했다. 이어서 11월에는 ‘2022 코리아세일페스타’와 연계하여 최대 120만 원의 할인 프로모션을 제공해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열을 올렸다.
한편 캐스퍼의 흥행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지난달(11월) 캐스퍼의 판매량은 최근 5개년간 기록했던 경차 월간 판매량 중에서도 최다”라며 “12월에는 고객 감사 이벤트를 진행하는 만큼, 높은 판매 대수를 기록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③ 캐스퍼와 함께 떡상한 ‘이 차’?
‘메기 효과’란 말이 있다. 이는 막강한 경쟁자의 존재가 다른 경쟁자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말한다. 그런데 경차 시장에서도 이 ‘메기 효과’가 일어났다.
경차 시장에서 ‘메기’는 앞에서도 언급한 ‘캐스퍼’였다. 지난해 9월 캐스퍼가 출시된 이후, 이 차의 ‘메기 효과’로 경쟁 모델인 레이의 판매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레이의 가장 최근 실적인 11월 판매량은 4098대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5.3%나 늘었다. 놀라운 점은 레이의 올해 1~11월 누적 판매량은 4만 257대로, 4만 4493대를 기록한 캐스퍼를 맹추격 중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지난해 레이는 한해 동안 3만 3114대가 판매됐다.
박스카인 레이는 다른 경차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공간성이 장점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유행으로 확대된 차박(차 안에서 캠핑) 문화에도 활용 가능하고, 다마스 등 경상용차의 단종으로 소상공인들의 이용이 늘어난 점이 판매량 상승에 크게 작용했다. 여기에 지난 9월 부분 변경(페이스리프트)에 가까울 정도의 상품성 개선을 통해 작게나마 신차 효과도 누렸다.
한편 레이는 내년에 전기차 모델 재출시를 예고하며, 2024년 전기차 출시 예정인 캐스퍼와 함께 경차 시장 인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예정이다.
④ 한 때 ‘투톱’이었던 ‘두 차량’, 최근 근황은?
캐스퍼와 레이가 경차 시장에서 흐림을 탄 사이, 아쉬움이 큰 ‘형님 모델’ 2종이 있었다. 그 2종은 기아 ‘모닝’과 쉐보레 ‘스파크’다. 먼저 기아 모닝을 살펴보면, 11월 판매량은 3356대로 전년 동월 대비 72.9% 급증하긴 했다. 그러나 이 수치는 1~11월 누적으로 보면 2만 7228대로 캐스퍼 판매량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증가폭으로만 가지고 만족하기에는 확실히 비교되는 실적이다.
모닝은 기아가 1962년 1호 차량 출시 이후 60년 만에 넘어선 1500만 대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보인 대표 경차다. 참고로 약 121만 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2004년 첫 출시 경차라는 경력에 이어지는 올드 한 이미지는 오히려 경쟁에서 밀려나는 원인이 되었다는 평가다.
또 다른 국내 생산 경차 모델인 한국지엠 스파크는 상태가 더욱 심각하다. 판매량 감소를 넘어 단종이라는 엔딩을 맞이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대우 마티즈를 계승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스파크는 수요 감소와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 전환 등을 이유로 결국 지난 9월 생산이 종료되었다.
■ 마음이 떠난 데는 이유가 있다
모닝(기아)과 스파크(쉐보레)가 맞이한 최근 상황에 대해, 일각에선 제기한 ‘오래된 모델이니 당연하다’라는 의견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캐스퍼와 레이가 코로나19 시대에 차박이 가능한 차량으로 인기를 끌었던 점을 참고 하여 제조사는 또 다른 원인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