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핫이슈로 떠오른 중고차 시장, 드디어 이들이 나섰다.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년 하반기부터 현대차그룹이 본격적으로 국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가 겹쳐 중고차 시장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면서, 사업성은 물론 ‘시장 정화’ 효과도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 26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내년 상반기 인증 중고차 판매 시범 사업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부터 소비자가 현대·기아차가 매입한 중고차를 본격적으로 구매할 수 있을 전망이다. 참고로 시범 사업 기간은 3년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고차 매물과 관련해 5년, 누적 주행 거리 10만㎞ 이내의 자사 차량 중 총 200여 개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차량을 대상으로 인증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비자가 타던 차량을 매입하고 신차를 구매할 때 할인해 주는 서비스인 보상 판매(트레이드인)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현대차그룹은 인증 중고차 상품화를 위해 물류 시설을 갖춘 중고차 전용 센터를 구축하고, 업계 최고 수준의 중고차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도 마련한다. 현대차 중고차 전용 인증 센터는 내년 중 개소될 예정으로, 현재까지 경상남도 양산시가 가장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온라인 판매 플랫폼도 활용한다. 온라인 플랫폼에선 중고차 시세 정보와 매매 관련 통계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미 비대면 중고차 거래가 크게 성장했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 구축이 중고차 사업 완성도를 높이는 데에는 필수라는 계산에서다. 이와 관련해 그룹 계열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온라인 중고차 거래 전문 서비스 오토벨을 운영 중이다.

② 현대차 등장에도 업계 걱정이 가득했던 이유

내 손안에 서울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치며 길어진 신차 출고 기간의 반사이익을 누리며 급성장했던 중고차 시장과 달리, 내년엔 경기 침체로 인한 고금리로 시장 규모가 축소될 것이란 점이다.

데이터만 보더라도, 중고차 거래는 이미 급감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11월)까지 중고 승용차 재고는 약 11만 2554대였다. 경기 침체로 중고차 매입 대수에 비해 판매량이 줄면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또한 이 수치는 전년 동기 대비로도 2배 수준이다.

경기뉴스광장

시간을 조금 더 앞으로 당겨보면, 재고 차량 증가 속도는 엄청났다. 지난 3월 2만 9032대였던 재고 차량 대수는 7월에 7만 3279대로 빠르게 늘었고, 결국 지난달에 11만 대를 넘어섰다. 신차급 중고차 재고 비율 역시 올랐다. 올해 1년 미만 중고 승용차의 재고 차량 비율은 무려 32.8%에 달했다. 참고로 2년 이상 3년 미만 중고차는 20.3%, 1년 이상 2년 미만 중고차는 17.6%였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중고차 시장 ‘정화’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거래 대수 자체가 폭락한만큼, 소비자의 관심도 멀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한 자동차 학부 교수는 “타이밍이 문제다. 중고차 시장 규모는 고금리 여파로 30% 정도 줄어들었다”며 “이 때문에 국내에서 완성차 업체가 진출하더라도 중고차 시장을 개선하는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이미 동력이 약해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③ 좁혀지지 않았던 의견차, 이유는?

안양시

지난 2013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중고차 판매업은 영세 개인업자를 중심으로 시장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 정보의 불균형을 악용한 허위 해물, 주행 거리 조작 등 피해 사례가 계속해 발생하면서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불신은 높아져만 갔다.

결국 소비자들은 다른 방안을 찾아 나섰다. 연초부터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후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업계는 자율조정협의회를 여러 차례 열어 의견 조율을 했으나 매번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중고차 업계 쪽에서 ‘신차 판매권’ 등을 요구해오기 시작하면서 협의회는 평행선을 걸었다. 여기서 ‘신차 판매권’이란, 완성차 회사가 판매하는 중고차 대수만큼 중고차 업계가 신차를 팔 수 있는 것을 말한다.

그러다 마침내 지난 4월, 중기부가 내년부터 완성차 업계가 진출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올해 연초부터 준비한 현대·기아차는 사업 시작을 당분간 보류하게 되었다.

④ 그동안 고질적이었던 문제 드디어 해결되나?

안양시

역시 예상대로였다. 최근 소비자원이 수도권 소재 중고차 판매사업자 105명과 최근 1년 이내 중고차를 구매한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중복응답)에서 소비자 79.8%와 사업자 98.1%는 허위·미끼 매물을 중고차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한편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된 중고차 대수는 265만 5389대로, 같은 해 거래된 신차 173만 5036대보다 1.5배 많았다.

이 때문일까? 현대차와 기아가 인증 중고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판매자보다 소비자가 정보를 알지 못해 발생하는 ‘레몬 시장’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여기서 레몬 시장이란,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들이 속아서 살 가능성을 우려해 가격이 싼 제품만 찾으면서 시장에 불량품만 남는 현상을 뜻한다.

■ 정말 아무도 모른다. 성공일지 아니면 실패일지…

이번은 정말 다르다. 대게 특정 분야에서 대규모 자본을 가진 신흥 주자가 등장하면 긍정적인 전망이 꽤 쏟아진다. 그런데 이번 현대차 그룹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이미 시장 자체가 역대급 위기를 맞고 있어서 인지, 긍정적인 전망이 눈에 띄게 적다. 과연 내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현대차그룹의 중고차 판매가 커다란 파장을 일으켜 가라앉은 업계 분위기를 띄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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