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분명 실적 하락을 우려했는데, 이게 무슨 일?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시장에서 역대 두 번째 연간 판매 기록을 세웠기 때문이다. 평소라면 무심하게 넘어갔을 소식이지만, 이번에 이 소식은 업계와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을 주었다. 가장 큰 이유로는 지난해 8월 미국에서 발효된 ‘IRA(인플레이션 방지법)’ 여파로 실적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실적이 감소는 했다. 오늘(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에서 78만 675대를 팔았다. 같은 기간 기아는 69만 3549대를 팔았다. 이는 각각 전년 대비 0.9%, 1.1% 줄어든 실적이다. 여기까진 어느 정도 예상했던 바다. 그러나 이 실적들이 이전에 기록했던 역대 최대(70만 1416대) 실적과 버금간다는 점이 소비자들을 놀라게 만든 원인이었다.
② 대체 얼마나 팔렸길래, 이렇게 놀랄까?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바로 투싼(현대)과 스포티지(기아)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투싼이 17만 5307대, 싼타페가 11만 9589대, 아반떼가 11만 7177대 순으로 많이 팔렸다. 기아에서는 스포티지 12만 5245대, K3 1만 8424대, 텔루라이드 9만 9891대, 쏘렌토 8만 6406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결국 투싼과 스포티지는 연간 최다 판매를 1년 만에 갱신했고, 이 중 스포티지는 처음으로 10만 대를 넘겼다.
한편,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 판매한 전기차는 총 5만 8028대로, 전년과 대비하면 무려 196.2%나 올랐다. 차량별로 살펴보면 아이오닉 5는 2만 2982대, EV6 2만 498대, GV60는 1590대 판매되었다.
전기차에 하이브리드, 수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전체를 놓고 봐도 18만 2627대로 전년 대비 65.1% 올랐다. 이 같은 친환경차 판매 호조에 힘입어 미국 시장에서 친환경차 비중은 전년 7.4%에서 12.4%로 크게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전기차 판매는 전달 대비 눈에 띄게 늘었다. 앞서 11월에 1193대를 기록했던 아이오닉 모델 판매 대수는, 12월에는 1720대로 44%나 증가했다. 이 중 기아 EV6의 12월 판매 대수는 1107대로, 641대였던 11월과 비교해 73%나 늘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서 선적이 얼마나 됐느냐에 따라 미국 현지 실제 판매 대수는 차이가 있다”며 “IRA피해가 현실화됐는지에 대해, 아직 월 판매량으로 그 여부를 따지기는 애매하다”고 언급했다.
③ 그러면 미국 자동차 시장 회복됐나?
판매 실적 하락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상황. 그렇다면 미국 자동차 시장 자체가 호황이라서 그런 것일까? 답부터 말하면 일단 ‘NO’다. 오히려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 규모가 1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현지 보도가 연일 나왔다. 업계는 원인을 두고 글로벌 공급망 불안으로 부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한 탓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미국에서는 2021년에 비해 8% 줄어든 1370만 대의 신차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했다. 실제로 미국 신차 판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에 공급망 문제로 생산과 판매가 둔화했다. 다수의 제조사들은 지난해 낮은 금리와 공급망의 회복에 힘입어 2022년에 판매량이 증가할 것을 기대했다.그러나 이들은 반도체 수급 불안정 현상이 지속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핵심 부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상황이 오히려 역전됐다고 말했다.
한편 업체별로는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가 전년 대비 2.5% 증가한 274만 대의 신차를 판매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도요타의 지난해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9.6% 감소한 210만 대를 기록해 2위로 밀려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이 역대 두 번째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은 업계에서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 마음 놓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이쯤에서 드는 궁금증. 판매량도 어느 정도 나오는 것 같은데, 현대차그룹의 미국발 위기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봐야 할까? 답부터 말하면 ‘NO’다. 이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공급망 차질과 가파른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역시 이런 일련의 상황들이 올해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진단한 상태다. 과연 현대차그룹이 어떤 대책으로 올 한 해도 미국 시장에서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차 만들어 가격은 대폭올려서 팔아먹고 부품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현대 스타리아. 이렇게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이 잘크고 잘살아남아 그 부분에 대한 손해배상도 없이 버티는 것이 이해가 안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