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전문가들이 사회 초년생들에게 입이 마르도록 하는 이야기가 있으니, 바로 ‘통장을 쪼개라’는 것이다. 월급을 받고 고정비 지출이 이루어지는 월급 통장, 생활비·교통비·기타 용돈 등 변동 지출이 이루어지는 소비 통장, 적금·펀드·주식 등 재테크를 하는 투자 통장, 경조사비·병원비 등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하는 비상금 통장, 이렇게 4개의 통장을 효율적으로 운용해야 돈을 모으기가 좋다는 것이다. 다른 통장들은 다 이해가 가는데, 비상금 통장은 조금 모호하다. 비상금 통장에 모은 돈이 저축인지 아닌지도 애매할뿐더러 사용하지 않은 채 만기에 도달하면 어찌해야 할지도 망설여진다. 간단한 듯 어려운 비상금 통장은 어떤 상품을 이용하는 것이 좋을지, 어떻게 관리하는 게 효율적인지 알아보자.
비상금은 말 그대로 ‘비상시를 대비한 돈’이다. 통상 3~5개월치 월급을 비상금으로 가지고 있는 게 안전하다고들 한다. 비상금 목표액을 설정하고 저축하는 동안에는 생활이 쪼들린다고 해서 비상금 통장을 건드려서는 당연히 안된다.
꾸준히 비상금을 모아 목표치 혹은 만기에 도달했다면 재예치하는 것이 현명하다. 만기가 됐다고 해서 비상금이 필요할만한 상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원금과 이자를 모두 재예치하면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만일 이 시기에도 생활이 쪼들린다면 숨통이 트일 정도는 소비 통장에 보충해도 좋다.
그렇다면 비상금 통장으로 가장 효율적인 통장은 무엇일까? 다수의 전문가들이 CMA 통장을 추천한다. 일반 통장 보다 금리가 높고 매일 이자를 입금해 주면서도 수시로 입출금이 가능해 자금을 단기 운용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은행이 아닌 증권사에서 만들어주는 상품이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들은 심리적 진입 장벽이 높을 수 있지만, 사실상 은행 통장과 실 사용에 있어 큰 차이는 없다.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이 모두 가능하고 시간에 맞추어 ATM기도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고정비 지출을 위한 자동이체 계좌로도 쓸 수 있다.
위에 언급했듯, CMA는 은행의 일반 통장에 비해 이율도 높고 매일 이자를 지급한다. 증권사 투자 기능이 결합된 통장이라 그렇다. 재테크 포털 ‘모네타’에 따르면 현재 1년 만기 기준으로 가장 높은 금리는 1.65%이다. 은행에서 만드는 자유입출금 통장의 이율이 0.1~0.2% 수준인 것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이율이다.
그렇다면 CMA 통장은 모두 다 같은 방식으로 투자하고 이자를 지급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CMA 통장에는 예금자 보호가 되며 확정 금리를 적용하는 종금형, 역시 확정 금리를 적용하며 국공채 등에 투자해 이자를 지급하는 RP형, 실적 배당형인 MMF형, MMF 보다 안정적인 예금·채권에 투자해 실적을 배당하지만 그만큼 이율이 낮은 MMW형이 있다.
이들 중 종합 금융 업무 인가를 받은 증권사에서 취급하는 종금형 CMA는 예금자 보호가 된다. RP형 CMA는 후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채권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기 때문에 예금자 보호가 사실상 필요치 않고, 전체 CMA 통장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이 두 종류의 공통점은 바로 확정 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인데, 비상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싶다면 확정 금리가 적용되는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CMA 통장이 만능은 아니며,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앞서 말했듯 ATM 기기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그 개수가 적고 이용 시간이 제한적(보통 오후 5시 마감)이다. 기본적으로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원금 보장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위에 언급한 종금형 CMA가 아니면 5천만 원의 예금자 보호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주로 안정적 상품에 투자하므로 위험성이 낮긴 하지만, 애써 모은 비상금을 날려버릴 가능성도 CMA 종류에 따라 아주 없지는 않은 것이다.
또한 목돈을 장기 예치 시 CMA보다는 입출금이 불가능한 적금 상품의 이자 소득이 더 높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 지출 계획이 없고 비상금 목적도 아니라면 적금에 모아 묶어두는 것이 낫다. 또한 CMA는 예치 기간별로 다른 이율을 적용하는 상품이 많으니, 가입 전에, 그리고 인출 전에 이를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