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현대차 캐스퍼는 경차 부문 1위에 등극했다. 작년 한해에만 4만 8002대나 판매되며 형님 모델인 모닝과 레이를 단숨에 제압했다. 그런데 광주글로벌모터스(이하 GGM)와 캐스퍼의 상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마냥 즐겁게 웃을 수는 없다고 한다. 대체 무슨 일일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① 애초에 잘못 잡은 연간 판매량?
7만대, 당초 GGM의 캐스퍼 연간 생산량이었다. 이는 출범 초기 현대차와 5년간 35만대를 만들겠다는 상생 협약 조건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다. 이 밖에도 GGM은 캐스퍼 출시(2021.09) 당시 “올해 1만 2000대를 찍어내고, 내년(2022년)부터는 연간 7만대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작년(2022년)초, 돌연 연간 판매 수량이 5만대로 떨어졌다. 이는 앞서 7만 대를 언급한지 불과 4개월 만에 나왔다. 문제는 올해 더 떨어졌다. 4만 5000대다. 논란이 있는 부분은 이 수치가 지난해 실적인 4만 8002대보다 무려 3000대 가량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이미 GGM 내부에서는 판매량이 생산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인지한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한편 광주광역시와 현대차가 체결한 ‘상생협의회 운영 부속 결의’에 따르면, GGM은 35만대 생산을 달성하기 전 까지 별도의 임금 협상을 하지 않아도 될 뿐더러 ‘무노조 체제’도 유지할 수 있다. 이 내용을 놓고 봤을 때 일각에서는 ‘5년 35만대’ 자체를 의심했다. 이들의 주장은 목표를 일부로 높게 잡아 사측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라는 것이다.
② 캐스퍼, 프로모션 하는 이유가 재고 때문?
잘 나간다고 큰소리 치던 차량의 목표 생산량을 줄인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그만큼 판매량을 장담할 수 없다는 뜻으로도 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캐스퍼의 재고 물량이 전국에 쌓이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현대차는 캐스퍼를 출시 1년만에 사양 조정을 단행했다. 공식적으로 발표한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가성비 트림(디 에센셜)’ 트림으로, 합리적인 가격에 더 많은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의도와 달리 캐스퍼가 경차 치곤 비쌌다는 걸 인정했다는 방증한 셈이 되었다.
진짜 문제가 있는 걸까? 여기서 그치지 않고, ‘100만원 할인’이란 이례적인 프로모션이 진행 중이다. 캐스퍼는 작년말에 이어 이번달(1월)에도 100만원 을 깎아준다. 현대차는 최근 반도체 수급난과 공급 부족을 이유로 프로모션을 대폭 줄인 것과 비교하면, 극명히 대조되는 행보다.
캐스퍼 홈페이지에는 ‘빠른 출고차’ 라는 항목이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캐스퍼 대부분이 출고장에 보관된 상태라 ‘즉시 출고’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말은 전시차도 없는 다른 인기 모델과 비교하면 재고가 많이 쌓여있다는 평가다.
③ 해결책은 수출인데 제약이 많다, 왜?
결국 답은 수출로 현재와 다가올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판매할 시장이다. 현지 생산시설을 갖춘 인도, 중국, 남미는 무리다. 동남아시아에도 공장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핫한 곳인 미국이나 호주는 큰 차를 선호하는 비중이 높아, 이들이 캐스퍼 같은 차량을 선호할 이유가 없다.
그럼 경차 수요가 상대적으로 높은 일본은 어떨까? 시장 자체는 좋다. 년 170만대 가량의 경차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규모만 놓고 비교하면 17배나 차이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이 시장도 불가능에 가깝다. 일본 경차 규격을 충족하기에는 일단 캐스퍼 차체가 크고 배기량도 높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유럽 시장을 두드랄만 하지만, 이마저도 계약 조건 때문에 어렵다. 현대차는 캐스퍼를 ‘내수 물량’에만 국한해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유럽에 A세그먼트 SUV 라인업이 없지만, 기아는 피칸토(모닝) X라인으로 구색을 맞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