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같은 곳에서 하루에 4대 박살난 이곳
최근 한 신축 아파트 주차장 진입로에서 4대의 차량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문제는 사고 지점이 모두 같다는 점인데, 저가의 경차부터 고가의 차량까지 모든 차들이 같은 이유로 사고를 당한 것이다. 사고 지역은 신축 아파트 내 지하주차장 진입로다. 나선형 코스로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겉보기에 사고로 이어질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고 지점을 보면 콘크리트 길이 아닌, 매끄럽고 평평한 길이다. 바로 이 특징 때문에 차들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평평한 부분은 미끄럼 방지를 위한 요철이 없다. 또, 길을 만드는 소재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경사로의 경우 거친 콘크리트인 반면, 평평한 부분은 에폭시 소재를 사용했다. 에폭시는 건물 내 주차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주차장 콘크리트 바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사실 에폭시를 사용했다고 해서 차들이 미끄러지지는 않는다. 문제는 물이 배수가 제대로 안될 경우 수막현상이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되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② 주차장은 의외로 사고 위험지역
주차장 내 물기가 흥건한 상황이라면 아주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진입로를 통해 내려온 차량일 경우 관성에 의해 앞으로 쏠리는 힘이 발생하는데, 이 때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로 내려오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밀리기 쉽다. 때문에 경사로 진입 시 브레이크를 밟으며 천천히 이동해야 한다. 누구나 아는 기본 상식이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아 사고로 이어지는 일이 많다.
앞서 살펴본 주차장 미끄러짐 사고는 보통 폭우가 내리는 여름에 주로 발생한다. 차량 진입 시 타이어나 차량에 묻은 물기가 에폭시 노면 위에 떨어지는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흥건한 상태가 된다. 이 때 주의하지 않으면 미끄러지게 되는 것이다. 한편 겨울도 조심해야 한다. 눈이 내리기 때문이다. 눈녹은 물이 노면에 떨어지면 마찬가지 상황이 발생하기 쉽다.
한편 주차장은 미끄러짐에 의한 사고 외에도 여러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보행자가 많이 지나다니는 쇼핑몰 내 주차장이나 오피스 건물의 주차장, 주택가 야외 주차장일 경우 특히 조심해야 한다. 요즘은 첨단기술이 적용되어 후진 시 보행자나 차량이 나타나면 경고를 하거나 멈추는 것들 돕는다. 하지만 100% 완벽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후방 시야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특히 어린이들은 키가 작아, 운전자가 놓치기 쉽다. 아이들이 순간적으로 달려나가다가 차량이 후진하면 밑에 깔려 크게 다칠 수 있다. 당연히 운전자 잘못으로 인정되는데, 이런 억울한 상황을 예방하려면 사이드미러 확인 외에도 몸과 고개를 돌려 후측방을 보는 숄더체크를 생활화 하는 것이 좋다.
③ 주차장은 뺑소니 적용 안된다?
주차장에선 사고를 내고 도망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주로 좁은 주차장에서 이동하다 주변 차량을 긁고 그냥 가버리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를 물피도주라 이야기 하는데, 법적 정식 용어는 아니다. 보험사에서 해석의 오류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낸 보험용어다. 오래 전에는 물피도주 시 대인 피해가 없으면 처벌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2016년 12월부터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물피 도주 가해자에 대한 형사처벌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법 개정은 인명 피해 뿐만 아니라, 물질적 피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강화하여 일상 속 다툼을 줄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만일 물피도주로 적발 될 경우 도로교통법 제156조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할 수 있다. 다만 문콕사고는 물피도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물피 도주는 상대 차량이 운전중에 발생한 사고에만 해당된다. 즉 나와 상대차는 모두 주차 되어있는 상태에서 문을 열다가 문콕을 하고 사라진 것은 인정되지 않는다. 민사소송을 통해 수리비 등을 받아낼 수는 있겠지만 과정이 길고 복잡한 만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없다.
■ 사고 위험, 각별한 주의 필요
주차장은 생각보다 비좁은 공간이다. 이 안에 수 십, 수 백대의 차량이 빽빽이 들어찬다. 작은 실수도 사고로 이어지기 쉽다. 이외에 앞서 소개한 미끄럼 사고처럼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주차장에 진입하면 지하, 야외 구분없이 운전에 집중하며 사고예방에 힘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