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국내에 잘 팔린다던 슈퍼카, 알고 보니?
업무용으로 쓰기에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포람페(포르쉐, 람보르기니, 페라리) 슈퍼카를 법인명의로 빌려 개인용도 타는 탈세 행위가 빈번하다. 통계로도 입증된다.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운행중인 슈퍼카 4192대 중 3169대가 법인명의다. 10대 중 7대 이상이다. 페라리는 2099대 중 1475대(70.3%), 람보르기니는 1689대 중 1037대(80.7%), 맥라렌은 395대 중 313대(79.2%)가 법인차량으로 나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공개한 자료도 마찬가지였다. 람보르기니의 경우 지난해 403대가 팔렸다. 이중 법인 명의 등록대수는 343대(85.1%에 달했다. 우루스는 309대 중 261대(84.4%)가 법인명의다. 우라칸 에보는 8대 모두 법인 명의로 등록됐다.
벤틀리는 775대 중 598대(77.1%)가 법의 명의로 나왔다. 컨티넨탈 GT V8은 187대 중 140대(74.8%)가 법인명의로 등록됐다.
고성능 스포츠카 브랜드이지만 슈퍼카 대접을 받는 포르쉐는 상대적으로 법인비중이 낮다. 대신 판매대수는 압도적이다. 8963대 중 5844대(65.2%)가 법인명의다. 참고로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인 타이칸은 711대 중 439대(61.7%)가 법인명의로 등록됐다.
② 제도적 보완에 신고 제도까지 결합해야
한 자동차 분야 전문가는 “조세 형평성을 위해 선진국에서는 법인 차량 사용 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설정한다”며 “번호판 변경 뿐만 아니라 법인 차량에 대한 엄격한 관리와 처벌 조항을 마련하는 논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업무 차량으로 출퇴근한 것도 사적 사용으로 간주한다. 싱가포르에서는 법인 차량 등록 자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차량 문제를 해결하려면 번호판 컬러외에도 제도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또한 차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업무용 차량 가격 상한선을 정하거나 이용 가능 차종을 규정하고 운행 일지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제도적 보완이 있어야 한다. 개인용으로 악용했을 때 불이익을 주거나 처벌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한편 일각에서는 슈퍼카 동호회나 관련 모임 등 꼼수 사용이 강력히 의심되는 곳을 대상으로 감시활동을 펼칠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③ 수입차 업계 “우리도 할 말 많아”
KAIDA 법인 명의 통계에는 사업자 대상인 운용 리스 차량은 물론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는 금융 리스 차량과 렌터카도 포함된다. 때문에 수입차 업계에서는 법인 명의에 개인이 리스하거나 렌트한 차량도 많다며 통계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법인 명의 차량이라고 무조건 탈세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몰아붙이는 것은 잘못됐다는 근거로 이 오류를 내세웠다.
이 밖에도 수입차 업계는 ‘법인명의 슈퍼카 이용자들이 가장 선호하고 ‘아빠·회사 찬스’ 문제를 일으키는 상품은 법인 리스인 운용 리스’라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이들은 법인명의 모두가 법인 리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금융 리스와 유예 리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법인 리스보다 높은 차종들도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법인 리스와 금융 리스 비중을 파악할 근거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아 힘이 실리지는 못했다.
④ 굳이 연두색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법인차 번호판 색상 변경, 지난 2020년 한 언론사를 통해 최초로 제안되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후보 시절에 공약을 통해 법인차량 번호판 색상을 연두색으로 바꾸겠다고 하면서 크게 주목받았다.
법인차량 번호판을 눈에 잘 띄는 연두색으로 바꾸려는 이유는 개인 용도로 악용하는 탈세 행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어서다. 국가는 세법 테두리 안에서 차량을 업무용으로 ‘적법’하게 사용하는 조건으로 법인에 절세 혜택을 준다.
법인 명의 차량은 구입비, 보험료, 기름값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고 세금 감면 혜택도 받는다.
자신의 회사라며 회사 자금으로 구입한 차량을 개인 용도로 이용하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는다. 개인용으로 타고 다닌 가족도 세금 도둑으로 간주돼 처벌받을 수 있다.
■ 변질을 방지해야 한다
법인차 번호판 변경, 정부는 법인차량 사적 이용 단속과 적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만약 강력한 적발과 처벌 없이 번호판만 바뀐다면, 색상 때문에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변질 될 수도 있다. 과연 실제로 시행된 이후 펼쳐질 상황은 어떤 것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