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가 낮아지고 집값이 폭등하면서 한 푼, 두 푼 저금해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허리띠 졸라매고 아껴봐야 평생 내 집 하나 마련하기 어려운 시대에, 차라리 당장 확실한 행복을 주는 일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겠다는 ‘소확행’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수입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종잣돈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누가 뭐래도 ‘덜 쓰는’ 것이다. 남들은 짠내난다고 안타까워할지언정 차곡차곡 늘어나는 통장 잔고를 바라보는 것도 소확행 못지않게 확실한 기쁨일 테니, 오늘은 잘 아끼고 잘 모으는 생활의 기술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겠다.
절약을 통한 저축을 위해서는 무의식중에 과도하게 새나가고 있는 돈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통신비에 무관심하며 필요 이상의 금액을 통신비로 지출하고 있다. 본인의 스마트폰 이용 패턴을 떠올려 보고, 스마트폰 자급제를 선택지에 올려 보자. 스마트폰 자급제는 대형마트나 가전 매장,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공기계를 구입한 후 원하는 통신사에서 개통해 사용하는 방식이다. 통신사 지원금을 받을 수는 없지만 개통이 빠르고 간편하며, 꼭 3대 통신사가 아니더라도 저가 통신사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1년 혹은 2년 동안 약정을 넣어 요금의 25%를 할인받는 ‘선택 약정’제도도 있으니 필요한 사람은 활용하면 좋다.
자급제 폰에 알뜰 요금, 선택 약정에 적극적인 와이파이 사용까지 더해진다면 한 달 통신비를 3만 원 이하로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만일 그걸로는 부족하다면, 데이터가 남아도는 부모님에게 데이터를 나눠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SKT는 가족 간 데이터 자동으로 선물하기가 가능하다. 통신비를 할인해 주는 통신사 제휴카드로 요금 결제를 걸어 두는 것도 매달 요금을 눈에 띄게 절약할 수 방법이다.
서울 시민이라면 전기도 아끼고 마일리지도 받는 ‘에코 마일리지’에 가입해보자. 전기, 수도, 도시가스, 난 방 번호 입력을 통해 가입이 가능한 에코 마일리지는 6개월에 한 번 이루어지는 사용량 평가를 통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전기와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중 2 종류 이상의 사용량을 6개월마다 이전 2년 동기간 평균 사용량과 비교해 절감률에 따라 1~5만 원 상당의 마일리지가 지급된다.
이렇게 받은 마일리지는 모바일 문화상품권, 전통시장 상품권으로 사용하거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아파트 관리비 납부, 카드 포인트로도 적립이 가능해 쓰임새가 많다.
많은 주민 센터에서 폐건전지와 우유갑을 가져가면 새 건전지와 두루마리 휴지로 교환해준다. 통상 폐건전지 10개를 가져가면 새 건전지 하나를, 잘 씻어서 말린 우유갑 1kg을 가져가면 휴지 하나를 받을 수 있다. 모든 주민센터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니 미리 알아보고 알뜰하게 교환해보자.
건강이나 재미를 챙기면서 소소한 금액을 적립하는 방법도 있다. 바로 리워드 앱을 다운로드해 활용하는 것이다. 퀴즈를 맞히면 적립금을 주고, 일정 금액 이상 적립금이 모이면 현금화하거나 온라인상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어플도 있고, 걸음 수에 비례해 포인트를 적립해 주는 만보기 앱도 있다.
은행에서도 앞다퉈 ‘짠테크’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KEB 하나은행에는 매일 가입자에게 문자를 보내 ‘얼마를 저축할 건지’ 묻고 대답이 오면 해당 금액을 자동으로 저축통장으로 이체시키는 ‘오늘은 얼마니?’ 적금이 있다. 금연, 초콜릿 끊기 등의 목표를 설정해두면 “오늘은 금연을 위해 얼마를 저축하시겠어요?”라고 문자가 오니 목표 달성을 위한 자극도 된다. 이 외에도 매일매일 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공인인증서 없는 신규 가입, 클릭 몇 번으로 저축이 가능한 적금 상품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으니 눈여겨보자.
이렇게 열심히 아껴놓고 제대로 모으지 않아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다면 모든 게 허사로 돌아간다. 절약하는 것만큼이나 ‘잘 저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가들이 가장 자주 추천하는 저축의 방식은 ‘통장 쪼개기’와 ‘풍차식 적금’이다. 자금을 한 통장에 모아두면 현금 흐름을 읽기 어렵기 때문에, 충동구매와 불필요한 지출을 하기 쉽다. 급여가 들어오고 고정 지출이 나가는 통장, 생활비 통장, 비상금 통장, 재테크용 통장을 분리해서 돈을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
‘풍차식 적금’은 매달 만기 1년의 적금통장을 1개씩 만들어가는 적금 방법이다. 1년간 12개의 적금 통장을 잘 유지하면 이듬해에는 매달 1개씩 만기 통장에서 돈을 꺼내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물론 기쁘다고 이 돈을 꺼내서 흥청망청 써버려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매월 하나씩 1년 만기 정기예금에 가입해 돈을 모아두자. 이렇게 하면 만기가 된 원금과 이자를 계속 저축해 복리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돈 불리는 쏠쏠한 재미를 알게 된다.
이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으니, 처음부터 금액을 너무 높게 설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적금 금액을 10만 원으로 설정했다면 1월에는 10만 원만 나가지만 적금 통장이 하나 늘어난 2월에는 20만 원이 필요하다. 12월에는 총 120만 원이 적금으로 지출되니, 이 금액이 부담된다면 보다 적은 금액으로 시작해야 한다. 열두 개의 통장이 부담스럽다면 3개월 단위로 기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또한 풍차 돌리기를 최소 3년은 해야 쓸만한 종잣돈이 마련된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