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노동뉴스

증권사들이 앞다퉈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혜택을 내놓고 있다. 처음에는 수수료 3년 무료로 시작해 그다음에는 5년 무료를 제시하더니 이제 모두들 평생 무료를 약속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증권사의 전체 수수료 수익은 9조 6,320억 원에 달했다. 한 해에 수천억 대의 수익을 올려주는 수수료를 포기하면서까지 증권사들이 얻고자 하는 바는 무엇일까? 주식 거래 수수료가 무료이면 고객에게는 무조건 이득일까?

전자신문, 조선일보

물론 증권사들이 손해를 봐 가면서 수수료를 무료로 돌릴 리는 없다. 목표는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최대한 많은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것이다. 이후 자사의 자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면 증권사의 이자 수익이 늘어난다. 즉 주식 중개인 역할을 자금 공급자 역할로 대체해 돈을 벌겠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 고객들에게는 주식 거래 수수료를 그대로 받는다. 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건 신규 고객들, 그중에서도 비대면 계좌를 여는 고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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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자 수익은 수수료 수익을 포기할 만큼의 가치가 있을까? 주요 증권사들의 2017년, 2018년 수익 현황을 보면 납득이 간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익은 1년 새 1천억 원가량 증가한 반면, 이자 이익은 훨씬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수수료 수익은 4054억 원에서 4496억 원으로 단 442억 원만 늘어났지만, 이자 수익은 4136억 원에서 6646억 원으로 2,510억 원이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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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자 수익만이 전부는 아니다. 주식 거래 수수료가 아닌 증권사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증가하고 있다. 투자은행 부문은 기업공개와 인수합병, 회사채 발행 등 기업과 관련된 투자 사업을 펼치며 또한 이런 분야에 관해 자문 및 지원 서비스를 담당한다. 투자은행 부문 수수료 수익이 전체 증권사 수수료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2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7.9% 포인트 상승한 36.1%를 기록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장기화된 증시 하락 기조로 거래대금이 감소하고, 수탁 수수료 수익이 정체됐다”며 “증권사 수익구조가 위탁 매매 중심에서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등으로 옮겨가는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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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익구조가 달라지고 다변화됨에 따라 미중 무역 전쟁 등의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들은 호황을 누린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 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의 3분기 순이익은 1403억 원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동기 대비 83.5%나 늘어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1827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4.9% 올랐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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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뿐만 아니다. 한국 금융 지주,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도 각각 37.4%, 33.3%, 26.8%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투자증권의 한 연구원은 이처럼 강세를 보이는 증권사들의 공통점은 위에 언급한 ‘IB 역량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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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야 어찌 됐든, 증권 거래 수수료가 무료라면 고객 입장에서는 이득이 아닐까?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주식거래 수수료 무료 서비스를 제시한 10여 개 증권사에 대해 전수검사에 돌입했다. 수수료 무료를 내세워 유치한 고객에게 일반 고객보다 1~3% 비싼 신용 이자율을 매겼다는 의혹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피니언뉴스, 조선일보

이자율을 얼마로 책정할 것인지는 각 증권사의 자율에 달려있다. 다만 만일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다른 고객과 이자율을 차별했다면 이는 불공정 거래의 범위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대상 증권사들로부터 주식거래 서비스 현황 및 관련 신용 이자율, 스탁론 현황 등의 자료를 받아 사전 검토를 거쳐 전수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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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은 금감원의 이 같은 조사가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10년 전 증권사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만들었을 때부터 신용융자나 주식담보대출 이자율이 비대면 계좌가 대면 계좌보다 높았다”고 언급했다. 전산 개발, 유지 비용, 마케팅 비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조선일보

결국 중요한 것은 증권사의 고객이 되어 어떤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이용할 것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자금을 대출받지 않고 거래에만 집중할 생각이라면 비대면 계좌 수수료 무료는 이득일 수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빚을 낼 가능성이 있다면 신중히 고려해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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