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테슬라가 고해상도 레이더 센서를 새롭게 도입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다음 달 중 공개할 수 있다는 설이 나왔다. 만약 설이 아닌 사실이라면, 오로지 카메라 센서만 자율주행차의 ‘눈’으로 고집해 온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는 것이다. 오늘은 이 ‘설’에 대해 주요 항목으로 나눠 좀 더 살펴보려 한다.
① 각광받던 ‘자율 주행 기술’, 지금은?
자동차 업계에 주요 이슈 중 하나인 자율 주행은 레벨 0부터 5까지 총 6단계로 나뉜다. 가장 최상위 단계인 ‘레벨 5’는 사람 개입이 필요 없는 완벽한 자율 주행을 뜻한다.
테슬라는 2016년부터 생산된 모든 모델에는 새로운 부품을 추가할 필요 없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레벨 5’까지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여기에 더해 그들은 테슬라의 핵심기술로 꼽히는 ‘FSD’를 줄곧 “완전 자율 주행”이라고 마케팅을 하지만, 업계에선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레벨 2’ 수준에 불과하다고 저평가하고 있다. 미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릭’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레이더 개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하지만 테슬라가 현재의 하드웨어만으로는 약속한 자율주행 기능을 달성할 수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자율 주행 선두 주자로 꼽혔던 테슬라마저 궤도 수정을 고민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엔 완전 자율 주행 기술 구현에 대한 회의론이 이어지고 있어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얼마 전까지 전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2025년 출시를 목표로 레벨 5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오던 애플은 최근 출시 시점을 1년 미루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애플 경영진이 완전 자율주행차의 비전이 현재 기술로는 실현 불가능하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밖에 폭스바겐과 포드가 자율주행을 위해 만든 합작 회사인 아르고 AI는 아예 지난달 폐업을 선언했다.
② 일론 머스크는 분명 부정적이었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은 인공지능(AI)이 사물을 어떻게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성능 구현에는 주로 카메라·레이더·라이다(LiDAR)가 쓰인다. 라이다는 레이저가 목표물에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한다. 레이더는 레이저 대신 전파를 사용한다. 이런 내용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자율 주행에 카메라 외 장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테슬라 일부 모델에 써왔던 레이더 기술도 없애고 카메라에만 의존하는 ‘테슬라 비전’을 선언했다. 차량 외부에 설치된 8개의 카메라만을 자율주행의 눈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비용 절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비싼 라이다·레이더 대신 저렴한 카메라를 여러 대 사용하면 원가를 낮출 수 있다. 머스크는 “라이다는 너무 비싸고 사용하기 어렵다”며 “바보들이나 쓰는 장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③ 연이어 발생한 사고, 생각이 달라졌나?
자율 주행을 논할 때, 카메라를 사용하는 테슬라의 기술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날씨 영향을 많이 받을 뿐만이 아니라 거리 측정 성능도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간에 자율 주행으로 이동하던 테슬라 차량의 잇단 사고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반면 테슬라를 제외한 현대자동차·폭스바겐 등 여러 완성차 제조사들은 카메라·레이더·라이다를 혼용해 인지 성능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여러 상황들이 복합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까? 지난해 한 언론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초고해상도 레이더라면 순수한 카메라보다 나을 수 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말은 결국 레이더 성능이 아주 높다면, 자율 주행 기술 구현에 카메라만 쓰는 것보다 카메라와 레이더를 혼용하는 시스템이 나을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서며 여지를 남겨둔 셈이 되었다.
④ ‘이번엔 진심이다’, 이미 행동에 옮겼던 테슬라
레이더에 대한 의견이 전에 비해 달라진 테슬라, 알고 보니 이미 기술 구현을 위해 행동에 옮긴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6월, 테슬라는 미연방통신위원회(FCC)에 4차원(D) 정밀 지도를 그려낼 수 있는 레이더 개발 계획을 보고했다. 업계에서는 이 절차에 대해 ‘주파수 승인을 받기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정확한 상용화 시점과 함께 이러한 테슬라의 행보는 의외로 시간이 상당히 지난 이번에 처음 공개되었다. 테슬라가 이 레이더 장비의 사양을 비공개 처리하기 위해 FCC에 추가로 송부한 문서에 “이 장치는 내년 1월 중순까지는 판매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하면서다. 해당 레이더를 포함한 새로운 자율주행 센서 시스템은 테슬라가 현재 개발 중인 모델 3 부분 변경 모델에 실릴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 테슬라와 레이더 센서, 신의 한 수 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이제 막 계획이 언급되었고, 아직 기술을 탑재한 차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이 같은 결정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자율 주행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테슬라가 또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하고 있다. 과연 레이더 기술이 들어간 자율 주행 기술을 가까운 미래에 모델 3로 만나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레이더 쓰는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