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사고를 제대로 친듯하다. 지난 10월 중순, 현대차는 N 브랜드의 롤링랩 모델인 RN22e와 N Vision 74의 글로벌 시승회를 열었다. 당시 행사장에는 두 차를 경험하기 위해 전세계 유명한 자동차 매체들이 참석했다. 문제(?)는 시승 이후에 발생했다. 국산차에는 다소 인색한 평가를 하던 매체들까지 이 차들을 극찬하며 출시 요청을 하고 나선 것이다. 과연 어떤 점이 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오늘은 이 행사에 참여했던 매체의 평가와 함께 RN22e와 N Vision 74를 간단히 살펴보려 한다.

① 브랜드 의지를 보여줄 절호의 기회

우선 RN22e와 N Vision 74는 WRC, WTCR, ETCR 등 모터스포츠에서 쌓은 현대차의 고성능 기술과 전동화 신기술을 검증하는 연구 개발 목적의 롤링랩(Rolling Lab, 움직이는 연구소) 모델이다. 시승 행사 독일 바트 드리부르크 지역에 위치한 빌슈터 베르크(Bilster berg) 서킷에서 진행되었다.

이날 진행된 행사는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신차를 소개하는 일반적인 시승 행사와는 여러 가지 면에서 달랐다. 고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일반 도로가 아닌 구간별 난도가 높은 길이 4.274km의 서킷을 소개 무대로 삼은 점도 이채로웠지만, 현대차의 차별화된 전동화 전략과 개발 의지를 대외적으로 선보이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시승 행사에는 전세계 대표 자동차 매체 대부분이 참석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모터트렌드〉와 〈카앤드라이버〉, 독일의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 영국의 〈오토카〉와 〈오토익스프레스〉 등이 있었다. RN22e와 N Vision 74의 강력한 성능, 주행의 박진감과 즐거움을 경험한 기자들은 다양한 평가를 쏟아냈다.

② 고성능의 진입 장벽을 낮춰준 RN22e

먼저 RN22e다. 이 차는 N 브랜드가 추구하는 3대 요소인 ‘코너링 악동’, ‘레이스 트랙 주행 능력’, ‘일상의 스포츠카’라는 브랜드 방향성과 ‘운전의 즐거움’을 강조한 모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를 위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아이오닉 6 차체를 바탕으로 주행 성능 및 운전의 재미를 극대화하는 전동화 선행 기술을 접목했다.

미국의 〈모터트렌드〉는 “첫 번째 코스 주행에서 확실한 만족감을 느꼈다. 코너 진입과 동시에 차체 후미가 빠르게 추종한다. RN22e의 고성능을 익숙하게 다루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서 “운전을 즐겁게 만드는 전동화 퍼포먼스 기술을 RN22e를 통해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며, 2023년 출시 예정인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에도 동일한 기술이 탑재될 가능성에 기대했다.

RN22e의 특징으로는 누구나 쉽게 고성능을 다룰 수 있도록 주행 특성을 다듬었다는 것이다. 특히 무거운 배터리로 인해 언더스티어 성향이 강한 전기차의 주행 특성을 최소화하고 주행 역동성을 한층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그립 주행과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는 드리프트 주행이 모두 가능하다.

대부분의 매체는 이런 기술을 가진 RN22e에 대해 ‘고성능을 쉽게 다룰 수 있는 전기차’라고 언급했다. 영국 〈오토익스프레스〉는 ‘충격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RN22e의 주행 성능에 대해 “코너를 드리프트 주행으로 통과할 때 눈이 번쩍 뜨였다. 2t의 차체 무게가 무색하게 매우 민첩했다”는 호평을 남겼다. 〈오토카〉 역시 “가속하는 느낌이 세련됐고, 매우 빨랐다. 코너에서는 더 민첩하게 조종 가능하고, 원하는 만큼 뒷바퀴를 미끄러트릴 수 있었지만, 이 차는 한계를 넘더라도 쉽게 코스를 이탈하지 않았다”며, RN22e의 주행 안정성과 역동성을 호평했다.

③ ‘과거-현재-미래’’를 다가진 N Vision 74

두 번째 차량인 N Vision 74는 수소연료전지에 기반한 고성능 전동화 모델이다. 이 차는 최초 공개 당시부터 과거 ‘포니 쿠페 콘셉트(1974)’의 헤리티지를 재해석한 레트로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 무엇보다 N Vision 74는 수소연료전지 스택과 모터를 분리한 뒤 배터리와 차체 구조를 통합해 원활한 냉각 제어와 공기 유동성 향상이라는 두 가지 성능 개선을 이뤘다. 그 결과,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의 가속을 4초 이하에 마치며, 최고 250km/h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다.

N Vision 74 시승을 한 기자들 또한 기사를 통해 매력적인 디자인, 수소연료전지에 기반한 혁신적인 하이브리드 전동화 기술, 강력한 주행 성능 등 핵심적인 특징을 언급했다. 그중 〈오토익스프레스〉는 “몇 년간 가장 흥미롭고 중요한 개념을 제시한 자동차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카앤드라이버〉는 N Vision 74의 연료전지&배터리 통합 제어 기술에 주목했다. 이들은 기사를 통해 “즉각적인 가속 응답을 경험했다. 수소연료전지 스택이 구동모터가 요구하는 전력을 공급하지 못하는 일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좌우 뒷바퀴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았음에도 디퍼렌셜이 장착된 기존 자동차와 동일하게 느껴졌다. 의도적으로 뒷바퀴를 자연스럽게 미끄러트리며 주행할 수 있었다”는 주행 소감을 남겼다

N Vision 74의 매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 차에 적용된 선행 전동화 기술에는 트랙 주행에서도 효율적으로 열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연료전지 스택, 배터리, PE 모듈 등을 아우르는 3채널 독립 냉각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N Vision 74는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성능 발휘를 보장할 수 있다.

④ 자동차 업계를 주도할 기회를 얻었다

한편, 시승 행사에 참석한 매체들을 통해 두 차량이 보도되자 독자들의 반응 또한 열광적이었다. 특히 〈모터트렌드〉는 “우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1만 개의 게시물 가운데 N Vision 74처럼 일반 소비자들이 이렇게까지 한국차에 찬사를 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500여 개의 댓글 가운데 부정적인 의견은 단 두 개뿐”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가 N Vision 74를 통해 자동차 업계를 주도할 수 있는 드물고 실질적인 기회를 얻게 되었다”라는 말과 함께 현대차가 보여준 전동화 비전에 대한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 앞으로도 계속될 연구를 통해 얻게 될 결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선 RN22e와 N Vision 74의 시승 행사를 통해 얻은 의견은 그동안 현대차가 쏟아부었던 노력과 열정을 글로벌 주요 매체가 인정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현대차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향후 양산차에 적용할 전동화 기술을 살피기 위해 주행 성능, 내구성, 안전성 등 폭넓은 분야의 기술 실증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때문일까? 어쩌면 첫 번째 결과물이 될지 모를 아이오닉 5 N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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