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폐기물 트럭에서 시작된 불, 원인은 좀 더 지켜봐야
사고는 이날 오후 1시 49분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 고가교 방음터널 부근에서 일어났다. 당시 이곳을 지나려던 폐기물 집게 트럭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고, 잠시 뒤 플라스틱 소재의 방음 터널 벽으로 옮겨붙으면서 급속히 확산되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당초 6명으로 알려졌던 사망자 수는 이후 1명이 중복 집계된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정이 되었다. 사망자는 승용차 4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부상자 37명 중에는 3명이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나머지 34명은 연기 흡입 등의 경상으로, 이들 중 다수는 현장 처치만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사고 원인과 관련해, 폐기물 집게 트럭과 버스의 추돌 사고로 인한 것이라는 소방당국 설명이 있었으나, 트럭의 단독 사고 혹은 자체 발화에 대해서도 가능성이 있어서 정확한 원인은 조사 결과를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전망이다.
② ‘소재 특성상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어’
일반적으로 방음터널은 철제 H 빔으로 만들어진 구조체를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PC)로 덮어 만들어진다. 전문가들은 폴리카보네이트는 일반 플라스틱에 비해 열기에 강한 ‘방염’ 소재이지만, 그렇다고 불연 소재는 아니기 때문에 고온의 열이 장시간 가해질 경우 불에 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더구나 플라스틱류 소재는 불이 붙으면 목재의 다섯 배가 넘는 열을 내뿜어 불이 더 빨리 번지게 된다. 또 유독 가스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한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폴리카보네이트는 불이 붙으면 열기에 녹아 뚝뚝 떨어져 아래쪽에 더 피해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서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방음 터널에는 불연 소재를 사용하는데 우리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점도 강력하게 지적했다.
사고가 어느 정도 진압되고 난 뒤 나온 주장도 지적 사항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음 터널이 4면이 밀폐된 터널 구조임에도 일반 터널로 분류되지 않아 안전 관리에 빈틈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실제로 현행 소방법상 방음 터널은 일반 터널로 분류하지 않아 옥내 소화전 등 소방 설비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국토안전관리원 기준으로도 방음 터널에 해당하지 않아 시설물 안전 점검 및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도 제외되었다.
③ 대응 단계 2단계까지 갔던 현장, 2시간여 만에 완진
사고 당시 화재 규모가 크다고 판단했던 소방당국은, 사고 신고 접수 20여 분 만인 오후 2시 11분께 대응 1단계를 발령했다. 이 단계는 인접 3∼7개 소방서에서 31∼5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단계다. 그러나 이후 화재가 심상치 않자 10여 분 이 지났을 무렵. 8∼14개 소방서에서 51∼80대의 장비를 동원하는 대응 2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당시 영상을 보면 방음터널 내 수백m에 달하는 구간이 모두 시뻘건 불길에 휩싸여 불에 타고, 터널 양옆으로는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방음 터널 형태로 된 내부는 화염으로 가득했고, 뜨거운 열기로 인해 터널 천장이 녹아 불똥이 비처럼 떨어지는 모습도 고스란히 보였다. 화재 직후 소방당국에는 119 신고가 200여건 넘게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은 펌프차 등 장비 94대와 소방관 등 인력 219명, 그리고 소방 헬기까지 동원해 우선 오후 3시 18분경 큰 불길을 잡았다. 이어 불이 난 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12분 화재를 완전히 진화했다. 그로부터 2시간 정도 흐른 오후 6시 30분 무렵에는 화재 현장에서 더 이상 불길과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④ 생존자가 기억하는 사고 당시 상황은?
방음벽의 영향이 컸다. 이번 화재 사고와 관련해, 초기에는 불이 크지 않았다고 말한 목격자들은 불길이 방음벽으로 옮겨간 뒤부터 갑자기 켜졌다고 말했다.
당시 터널에 진입한 운전자 최모씨는 사고 순간에 대해 “마치 달리기 선수가 달려오는 것 같았다. 터널 진입 후, 몇십 m 정도를 운전했는데, 검은 연기가 엄청난 속도로 한꺼번에 덮쳐 왔다”며 “갑자기 발생한 상황에 당황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차량을 후진하거나 아예 차를 버리고 뛰어서 터널 밖으로 빠졌나왔다”며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최모씨 역시 이때 빠져나온 사람 중 한 명이다.
■ 극심했던 차량 정체, 통제 장기화로 가나?
이번 화재 사고로 인해 제2경인고속도로와 사고 지점 하부를 지나는 47번 국도의 경우 경우 사고 지점을 중심으로 양방향 1㎞가량(왕복 10차선)의 통행이 차단됐다. 이와 관련해 과천시는 과천지식정보타운 방향 왕복 4차로 도로를 이용해 ‘ㄷ자’ 형태로 차량을 우회시켰다.
그러나 왕복 10차로를 오가던 차량이 왕복 4차로로 몰리면서 현재 우회로의 양방향 1.5㎞가량에서 극심한 정체가 빚어졌다. 이 같은 정체는 퇴근 시간이 되자 더욱 심해졌다. 이에 대해 과천시 관계자는 “통제된 47번 국도 구간은 위험 요소가 사라지는 대로 통행을 재개하면 오늘 내로는 정상화될 것으로 보는데 사고가 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 구간은 정상화되려면 며칠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과연 당장 내일 출퇴근부터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의 불편은 어떻게 될지, 그리고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 경찰과 소방당국이 사고 원인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