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안타까운 사고였다. 바로 어제(29일),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성남 방향 갈현 고가교 방음터널 부근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소방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다쳤다. 부상자 37명 중에는 3명이 안면부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았고. 나머지 34명은 경상으로, 다수는 현장에서 처치만 받고 귀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방음터널의 특성 때문에 이번 사고에서 불이 더 빨리 번지고 인명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오늘은 방음터널은 대체 무엇인지, 기존 규정에는 방음터널을 어떻게 언급하고 있는지 알아보려 한다.
① 전국에만 52개가 있다?
방음터널이란, 터널형 방음시설로서 소음을 차단하거나 감소시키는 지붕이 있는 구조물을 말한다. 일반 터널과는 달리 주로 고층건물이 밀집한 도심지 구간을 관통하는 도로의 상부에 설치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 방음 터널은 총 52개로, 민자고속도로에 25개, 국도에 9개, 한국도로관리공사가 관리하는 고속도로에 18개 있다.
방음터널의 구조체는 H 형강을 사용하며, 방음판은 주로 강화유리 또는 투명 PC 방음판을 사용한다. 형태는 상부 및 측면 중 일부가 개방된 형태 또는 입, 출구만 개방된 반밀폐 형식이 있다. 문제는 소화기 또는 옥내 소화전 등의 소화 설비, 피난 설비, 제연설비가 동일하게 적용되어 있지 않아 꾸준히 개선을 해야 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② 그동안 방음터널이 제각각이었던 이유
방음 터널 설치 규정과 관련해 어떤 법이나 규정이 있고 이들에는 어떤 허점(문제)가 있을까? 먼저 소음⋅진동관리법에 “제40조제2항의 규정에 의한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이 있다. 하지만 구조체 및 방음판의 안전성을 고려한 구체적인 성능 기준은 없다.
방음판의 재료, 시험방법 및 재질 기준(제9조)에서도 ‘한국산업규격(KS)에서 정하는 방음판 종류별 규격에 적합하거나 동등 이상의 재료로 하여야 한다.’라고만 규정되어 있다. 결국 KS 규격 살폈으나, 방음판의 내부 흡음재의 방염성능 기준과 전면판(2 mm 이상) 및 후면판(2.5 mm 이상)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판재의 두께 기준만 규정되어 있을 뿐, 가연성인 투명 플라스틱 방음판의 화재안전성을 고려한 품질 기준은 보이지 않았다.
③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는 방재시설! 관련 규정은?
응급 상황에 골든타임이 있는 것처럼, 화재에도 규모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다. 이 골든 타임이 효과적이려면 반드시 방재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법령에는 방음터널에 대한 방재시설 규정이 제대로 마련되어 있을까?
첫 번째로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 관리에 관한 법률을 보자. 이 법령에는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특정소방대상물 중, 터널을 언급하고 있으며, 이에 맞는 소방 시설 설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방음터널이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될 특정소방대상물에 해당된다는 규정을 찾을 수 없었다.
두 번째는 ‘도로 터널의 화재안전기준’이다. 여기선 터널을 ‘도로의 일부로서 자동차의 통행을 위해 지붕이 있는 지하 구조물’로 정의했다. 터널 내 설치되어야 하는 소방시설도 상세하게 규정을 해두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방음터널이 지상 구조물로 설치된 점을 고려하면 화재안전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을 살펴보았다. 이것은 도로 터널 내 방재시설의 계획⋅설계⋅시공 및 관리 시 적용해야 할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지침이다. 셋 중에는 유일하게 방음터널을 명확히 언급했다.
지침에는 터널 내 방재시설은 터널 연장 등급(길이)과 방재 등급(위험도 지수)에 준해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예외 규정으로 있다. 직상부가 시설 폭원의 1/2 이상 개방된 경우, 한쪽 이상의 측벽부가 최대 시설 높이만큼 개방된 경우, 모형실험 또는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안전성이 확인되는 경우와 일시적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설치하는 경우에는 방재시설의 설치를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 여전히 한계는 존재했다
오늘은 방음터널과 관련된 법령을 살펴보았다. 정리해 보면 ‘방음시설의 성능 및 설치 기준’에서는 방음시설 설계 시 기본적인 고려 사항만 규정되어 있을 뿐 방음판 및 구조체의 화재안전성을 고려한 정량적인 설계 및 품질 기준은 없었으며, ‘도로설계편람’에서는 1999년 제정 당시 규정되어 있었던 방음판의 재질 기준이 2012년에 개정판이 나오면서 삭제가 되었다.
방음터널 내 방재시설 설치의 경우에도 2016년 ‘도로 터널 방재시설 설치 및 관리지침’이 개정되면서부터 의무화하는 규정이 신설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관계 기관이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 사고의 경우 아직까지 원인과 관련해 조사 중인 가운데, 안타까운 피해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하루빨리 관련 규정이 신설, 보완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