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에서 수소차 사업은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사업이다. 그런데 얼마 전 현대차가 사업의 방향을 ‘상용차’ 중심으로 조정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 말인즉 성능이 검증된 수소전기트럭 보급에 좀 더 집중키로 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방향 조정,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도록 하자.
① 신년사에서 이미 알 수 있었다?
대체 변경하게 된 이유가 뭘까? 업계에서는 승용차 부분의 3세대 연료 전지 시스템 개발이 지연되면서 신차 개발 계획이 흔들린 것이 컸을 것이라 보고 있다.
사실 제조사가 직접 밝히지 않는다면,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다. 이번 상황도 그렇다. 대신 이유는 몰라도 분위기만큼은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지난 3일 현대차그룹 신년사에서 정의선 회장은 수소 사업을 비중 있게 다루진 않았다. 다만 타운홀 미팅 당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내년 사업 계획을 소개하며 “중장기적으로 수소 생태계에 대한 이니셔티브(주도권)를 확보하고, 수소 생산과 유통 등 밸류 체인(공급망) 전반을 구축하겠다”고 언급한 정도다.
이는 불과 1년 전 신년사에서 정의선 회장이 전면에서 “(수소가)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 분야의 동력원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주문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② 수소차 사업, 현재까지 실적은?
수소차 부문에서 현대차그룹은 세계 완성차 업체 중 선두권으로 꼽힌다. 한 시장조사기관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된 수소차 총 1만 8457대 중 현대차 넥쏘가 1만 700대로 58.0%를 차지했다. 뒤이어 17.5%로 2위를 차지한 일본 도요타의 미라이가 3238대였다. 나머지 브랜드 중에는 1000대를 넘긴 차종이 없었다.
특히 상용차 분야에서는 세계 최초의 상용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앞세워 사실상 시장을 직접 창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12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국내에도 공식 판매하기 시작했다.
같은 달 수소 사업 브랜드 에이치투(HTWO)를 통해 독일 파운그룹 자회사 엔지니어스에 상용차 양산을 위한 수소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비슷한 시기 이스라엘 시장 진출도 발표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기술력, 양산 능력, 성능 검증 등을 모두 끝마친 유일한 완성차 업체”라며 “비슷한 사업을 추진하는 다른 회사들의 견제가 있지만 단기간 내 뒤집기 어려운 수준의 격차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이 2027년까지 수소 충전소 의무 설치 간격을 150km에서 100km로 강화한 점, 미국 정부의 95억 달러 규모 수소 허브 건설 계획 등 정책 환경도 현대차에 유리한 상황이다.
③ 이미 그룹 내부에선 움직인 상태
나름 괜찮은 실적을 낸 만큼, 현대차그룹의 계획이 의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룹 내에서는 이미 수소차 관련 사업 계획을 전면 재편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선 상황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를 통해 그동안 수소 사업을 담당해 온 부사장급 수소 연료전지 개발 센터장과 수소 연료전지 사업부장을 모두 교체했다. 사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세대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 개발 지연에 대한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앞서 지난 2021년, 현대차그룹은 2021년 수소 사회 미래상을 제시한 ‘하이드로젠 웨이브’ 행사에서 가격은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내구성과 출력을 강화한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2023년까지 내놓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런데 개발에 난항을 겪으면서, 수소 관련 로드맵 전체가 3∼4년 정도 미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넥쏘 후속 모델 역시 출시 시점이 점점 뒤로 미루어 질 수 밖에 없게 되었다.
■ 선택과 집중에 나선 현대차그룹
신의 한 수가 되어줄까? 현대차그룹은 수소 사업과 관련해 선택과 집중에 나선 상태다. 수소전기트럭은 사업성이 높고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만큼 양산과 보급에 집중하되, 승용차는 상품성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에 우선 집중하는 것이다. 과연 이 계획이 수소차 시장에서 현대차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결과를 낳게 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