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생한 몇몇 전기차 이슈를 의식한 것일까? 지난 12일, 현대차그룹이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서 진행된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을 공개했다. 과연 평가가 진행된 곳은 어떤 곳이며, 이날 현장은 어땠을까? 지금부터 함께 살펴보자.
① 평가가 진행된 안전 시험동은 어떤 곳?
이번에 평가가 진행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된 시설이다. 이곳에는 40,000m²(12,100평)의 시험동과 2,900 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추고 있다. 실제 차량을 활용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충돌시험장은 100톤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최고 속도 100km/h, 최대 5톤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현대차그룹은 안전 성능을 최우선으로 수천 번의 충돌 테스트와 실제 사고 분석을 통해 불가피한 사고 발생 시에도 강건한 차체 구조와 최적의 안전 장치로 승객의 상해를 최소화하는데 중점을 두고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에서 지난해 최우수 등급인 TSP+와 우수 등급인 TSP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하며 현대차그룹 역대 최고 수준의 평가 결과를 기록했다.
② 한 차종에만 45,000시간 소요
현대차는 출돌 시험 외에도 이전에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을 통해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의 충돌 해석 과정을 거치고 있다.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이란 버추얼 차량 모델을 통해 슈퍼 컴퓨터로 여러 충돌 상황을 구현하는 것으로, 실제 차량 없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충돌 안전 성능을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어 개발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5,000시간이 들어가는 것이다. (1개 차종에 대해 정면, 측면, 후면 등 다양한 충돌 시뮬레이션 동시 수행)
현대자동차그룹은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충돌 사례 등을 분석, 승객과 보행자의 상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자율 주행 기술 도입에 따른 승객의 다양한 자세 변화에 맞춰 최적의 안전 장치를 탑재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③ 모형을 활용한 종합적인 안전성 분석
현대자동차그룹은 충돌 시험 이후 차량 안전성 검증 과정 역시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검증 과정은 충돌 직후 검증과 충돌 시험 후 분석 과정으로 나뉘어 이루어 진다. 먼저 충돌 직후에는 차량 속도와 충돌 부위 등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안전 성능 요구 조건에 만족하는지를 확인한다. 대표적인 항목으로는 차체의 변형, 차량 내부의 특이사항, 누유 및 화재 여부, 에어백 및 안전벨트 등 구속 장치 전개 여부, 문열림 여부 등이 있다.
충돌 피해를 보다 정확하게 계측하는 과정이 주를 이루는 분석 검증은 인체 모형(더미)에 적용된 센서를 통해 상해 데이터를 계산하고 차체 변형 정도를 계측해 차량 안전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인체 모형을 27종 170세트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은 다양한 체구의 인체 모형을 충돌 시험에 활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돌 안전 평가를 인체 반응과 유사한 특성을 보이는 정면 충돌 인체 모형인 쏘오(THOR)와 측면충돌 인체 모형인 월드SID를 중심으로 진행하고 있다. 쏘오 인체 모형의 경우 기존 모델인 하이브리드-Ⅲ 대비 머리, 목, 흉부, 복부, 골반, 하지 등 부위에 센서를 100개 이상 더 추가해 보다 정밀한 상해 계측이 가능하며, 월드SID 모형 역시 기존 유로(Euro)SID 대비 생체와의 유사성을 높이고 센서를 추가해 상해 계측을 더욱 상세하게 할 수 있다.
④ 실제 기준을 반영한 전기차 충돌 실험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 시장을 고려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충돌 안전 성능 개발 역시 지속하고 있다. 이날 공개된 충돌 안전 평가는 아이오닉 5의 64km/h 40% 옵셋 충돌로, IIHS 충돌 상품성 평가에 포함되어 있는 항목이다.
64km/h 40% 옵셋 충돌이란, 충돌 속도 64km/h로 차량 전면의 40%를 변형벽에 충돌시켜 차량내 승객의 충돌 안전성을 테스트하는 방식이다. 지난해까지 IIHS에서 64km/h 40% 옵셋 충돌은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으나 향후에는 후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추가해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해 이날 진행된 시험은 운전자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후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착석시켜 진행했다.
충돌 테스트 결과는 어땠을까? 아이오닉 5는 승객 공간이 안전하게 유지되고 인체 모형에 큰 상해가 없음을 증명해 보이며 안전성을 입증했다. 참고로 아이오닉 5는 지난해 IIHS에서 진행된 해당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훌륭함(Good)’을 받은 바 있다.
■ 소비자 불안은 여전한 상황
한 현대차 관걔자는 “고객 안전 최우선 철학을 기반으로 최상의 제품 개발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특정 자총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를 고려했을 때 현대차의 고객 안전을 위해 진행하는 안전 평가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정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