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끝물 그랜저 구매한 오너들 한숨
신형 그랜저가 출시 된지 2개월 정도 지났다. 미래지향적이며 헤리티지까지 계승한 의미있는 모델로 재탄생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이어졌다. 덕분에 지난 12월 국산차 판매량에서 포터 다음으로 많이 팔린 차가 됐다. 사실상 승용차 부문 1위다. 이번 신형 그랜저는 출시 전부터 잡음이 발생했다. 반도체 대란 및 원자재 수급난이 겹치면서 출고 적체 현상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기존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에게 신형 그랜저로 교환해 받을 수 있도록 특별 제안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요즘은 출고 대기 기간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오래기다리는 건 매한가지다. 언론에 따르면 1개월 정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랜저 2.5 모델은 9개월, 3.3/LPG 모델은 8개월, 하이브리드 모델은 10개월 넘게 기다려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소비자들은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그랜저 페이스리프트 모델 신차를 전시차, 중고차(신차 매물) 형태로 구매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르쉐 같은 고가의 수입차라면 오래 기다리는 것이 이해가 가지만 국산차를 이렇게 오래 기다릴 가치가 있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신형 그랜저가 도로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면서 먼저 받은 소비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기존과 상당히 다른 디자인 및 적용 사양 때문에 ‘급’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② 신형 그랜저 잘 팔릴 수 밖에 없는 이유
신형 그랜저가 잘 팔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디자인이다. 신차를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새로 도입된 사양이며 마지막 요소로 상징성이 있다. 디자인의 경우 최신 현대차 디자인이 반영됐다. 수평 LED 램프와 파라메트릭(기하학) 패턴의 그릴 디자인이 적용되었고, 양 끝으로 LED 헤드램프가 자리잡고 있다. 넓고 심플한 형태를 갖춰 미래지향적이며 세련된 느낌이 강한데, 과거 스타리아 어반에서 선보인 디자인과 유사하다. 최근 신형 코나 역시 이와 유사한 형태로 출시되었는데, 향후 현대차 신차 디자인의 패밀리룩으로 볼 수도 있다.
측면은 오페라 글래스 적용으로 과거 각그랜저의 헤리티를 이어받았고 오토플러시 도어 핸들 도입으로 간결함과 공력성능 둘 다를 챙겼다. 루프 실루엣은 스포티한 유선형 디자인보다는 중후한 세단의 느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형그랜저는 젊은 감성 뿐만 아니라 과거의 향수까지 고려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 후면부는 매우 심플하다. 전면부와 동일하게 수평 LED 리어램프가 들어갔다. 트렁크 밑 양 끝에는 방향지시등이 따로 되어 마련되어 있다.
실내 역시 최신 트렌드와 헤리티지가 잘 어우러졌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12.3인치 센터 디스플레이를 통합시킨 대시보드와 공조패널 적용으로 센터패시아 부분이 상당히 간결해졌다. 대신 디지털화에 따른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한편 스티어링 휠은 1세대 그랜저의 모습을 계승한 것으로 기능은 완전히 다르지만 형태는 비슷하게 구현했다. 이와 같은 디자인 조합덕분에 헤리티지를 계승해도 촌스럽지 않고 고급스러우며 트렌디한 느낌을 강조하는데 성공했다. 소비자들은 디자인에 대해 호평일색이었으며 출시되기도 전에 10만명에 달하는 구매 대기고객이 몰리기도 했다. 대략 1년치를 상회하는 물량이다.
③ 제네시스급에 도달한 그랜저 첨단 사양
신형 그랜저에는 제네시스 G80에 들어간 첨단사양 및 신규 기능이 추가되었다. HDA2,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 빌트인 캠 2이 대표적이다. HDA2는 제네시스를 넘어 현대차 상위모델에 적용중인 기능으로 고속도로 내에서 차로유지, 속도 조절 외에도 차로 변경까지 돕는다. 자율주행 레벨로 보면 2.5 수준이다.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은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전방의 노면 정보를 미리 파악하는 기능이다. 이를 통해 노면에 알맞게 서스펜션 감쇠력을 조절해 최적의 승차감을 제공한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컨트롤은 주행 중 발생하는 노면 소음을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이와 반대된 소리로 상쇄시켜 실내 정숙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빌트인 캠2는 기존 현대차의 빌트인 캠의 성능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면 된다. 여러가지가 변경되었는데,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전방 및 후방 화질이 모두 QHD로 좋아졌고 음성녹음 기능이 추가됐다. 특히 외장 메모리를 장착할 수 있어 최대 256기가까지 확장 가능하다. 또한 주행 중 상시 녹화 시간은 3시간에서 4시간 이상, 주차 상시 녹화는 최대 12시간에서 최대 20시간으로 늘었다. 심지어 사고에 대비해 주행 데이터까지 모두 지원한다. 차량 속도, 기어변속, 방향지시등, GPS 좌표 등 온갖 정보가 모두 저장된다.
■ 현대차 디자인 기준이 될 모델
그랜저가 전시된 곳은 구경하려는 소비자로 가득하다. 이들 중 일부는 전시된 신형 그랜저를 현금으로 바로 구매하겠다는 사례도 존재한다.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출고 대기기간이 상당히 길다보니, 트림 구분없이 일단 구매하려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처럼 제2의 황금기로 접어든 그랜저는 앞으로 출시할 현대차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외관 및 인테리어 요소 일부는 최신 현대차의 디자인 방향성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그랜저 이후 출시된 신형 코나만 봐도 그랜저와의 유사점을 찾을 수 있을 정도다.
과연 그랜저는 이전 모델처럼 다음 페이스리프트까지 압도적인 판매량을 이어나갈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