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HDP 탑재 G90 내달 출시
제네시스 플래그십 세단 G90의 연식변경 모델이 다음 달 출시될 예정이다. 2023년형 G90 출시가 화제를 모으는 이유는 국내 최초로 레벨3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차가 전국 제네시스 지점과 대리점에 게시한 공지에 따르면 2022년형 제네시스 G90의 생산이 이달 중 중단된다. 현대차는 그러면서 “계약자를 상대로 컨버전(계약 내용 변경)을 준비 바란다”고 전했다. 컨버전이란 2022년형으로 즉시 출고를 희망하는 계약자에게 3월 생산 물량을 출고하고 그 외 소비자는 연식변경 모델로 계약을 변경하는 절차다.
신형 G90은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HDP 기능을 탑재한다. 하이웨이 드라이빙 파일럿(Highway Driving Pilot)의 약자로, 그동안 ‘보조(Assist)’ 역할을 하던 반자율주행 기능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자율주행차 범주에 들어간다. 즉, 주행 통제권이 더 이상 운전자가 아닌 차량에 있다는 의미다.
② HDP 기술의 차이점
현대차의 HDP 기술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가 분류한 자율주행 0~5단계 중 3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이다. 기존 현대차그룹이 아이오닉 시리즈 등에 적용했던 HDA2(Highway Driving Assist2)는 레벨2로 주행 보조 기능에 해당됐다.
HDA2는 차간 간격과 속도, 조향을 유지하지만 결정적으로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 그랩을 유지한 채 주행해야 했다. 일정 시간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있으면 경고 문구와 경고 음성을 내고 그래도 핸들을 잡지 않으면 HDA2 기능을 강제 종료시킨다. 차선 변경 시에도 직접 방향지시등을 점등해야 한다. 운전자는 전방 주시 의무와 차량 통제권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HDP는 이러한 주행 보조에서 나아가 자율주행 범주에 더 가깝다. HDP를 탑재한 차량의 운전자는 고속도로나 강변북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운전대를 잡지 않고 시속 80km까지 자율주행에 맡길 수 있다. 차선 변경도 차량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며 이론적으로 운전자는 전방에서 시선을 떼고 주행 중 휴대폰을 보거나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G90 HDP 기술은 전망이 밝다. 애당초 현대차는 G90의 출시를 연기하면서까지 자율주행 레벨3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80km로 상향했었는데, 향후 시속 100km 이상까지 구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3분기 자율주행차의 조기 상용화를 지원하기 위해 자율주행 레벨3 제한속도를 각 도로의 제한속도까지 허용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공식 인증을 받은 차량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손에 꼽힌다. 대표적으로 메르세데스-벤츠가 있다. 벤츠는 지난 1월 미국에서 최초로 자율주행 레벨3 인증을 획득해 화제를 불러 모은 바 있다. 테슬라 오토파일럿도 아직 레벨3 인증은 받지 못했다.
지난달 22일에는 벤츠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북미R&D센터에서 전략 발표회를 열고 자율주행 레벨3 제한속도를 시속 60km에서 130km까지 두 배 이상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기도 했다.
③ 만약 사고 나면 과실 여부는?
하지만 기계를 맹신할 수는 없는 법이다. 자율주행에 가까워지더라도 돌발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사고가 나는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카메라와 레이더 등의 센서가 오작동 하는 경우, 센서의 정보를 취합해 명령을 내리는 제어시스템의 판단 오류, 브레이크 등의 각종 구동장치 고장, 마지막으로 사고를 유발할 만한 탑승자의 부적절한 행동이다.
다양한 원인이 있는 만큼 사고 주체의 판단 지표를 세우고 확정하는 것은 자율주행 자동차의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위해서라도 매우 중요한 선결 과제다. 레벨0~2 시스템은 어디까지나 운전자를 보조하는 기능이기에 사고가 발생한다면 온전히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차량 시스템이 주도하는 레벨3부터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 중 차량 및 시스템 결함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면 피해자는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그리고 차후 보험사는 자동차 제조사에게 그 금액을 구상할 수 있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 제29조의2), 또한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의 레벨3 자율주행차 전용보험 특약에서는 차량 시스템 오류로 인한 사고 책임은 제조사에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상황도 비슷하다. 영국의 자율주행 상용화 계획에 따르면 자율주행 모드에서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아닌 차량 제조사에게 책임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랑스 역시 차량이 자율주행 중일 때는 운전자의 책임을 면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게재한 글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또한 운전자를 위한 책임 보호를 법제화했다. 다만 미국의 상황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명료한 법률 제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주마다 규제 내용이 유사하면서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레벨3 자율주행이더라도 무수한 돌발 상황이 내포되어 있고 아직까지는 기술이 완전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운전자는 언제나 대처할 수 있도록 도로 상황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