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EU의 내연기관차 조건부 허용
2035년 이후에도 유럽에서 내연기관차를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연합(EU)이 지난해 10월 기후 변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판매를 전면 중지한다고 밝힌 규정 일부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본래 EU 이사회는 지난 7일 ‘EU 내연차 금지법‘을 통과시킬 예정이었으나 독일을 비롯해 이탈리아, 폴란드, 불가리아 등 일부 회원국의 반대 입장에 부딪쳐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독일이 반대한 이유는 E-퓨얼 사용을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에 불과하며 본질적으로는 전통 내연차 강국인 독일을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이 전기차로 완전히 전환될 경우 산업의 패권을 중국에 빼앗길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었다. 결국 수정된 법안은 이 같은 유럽 일부 국가들의 우려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EU의 수정안은 2035년 이후에도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허용하되, 휘발유·경유 같은 기존 화석연료를 넣을 경우 작동이 중단되는 기술을 장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의 폴커 비싱 교통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기후 중립적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차량은 2035년 이후에도 신규 등록할 수 있다”고 밝혔고, EU 프란스 티메르만스 집행위원장도 “독일과 자동차에 합성 연료를 사용하는 내용에 대해 합의 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28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연기관 신차 판매 금지법 표결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에선 큰 걸림돌이던 독일이 EU와 합의함에 따라 법안 통과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② E-퓨얼이란?
E-퓨얼은 전기를 이용해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한 뒤 수소를 이산화탄소와 결합해 만들어내는 합성연료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료는 정제 과정을 통해 가솔린, 경유, 난방유 등의 형태로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 가솔린·디젤처럼 기존 내연기관 차에 넣어 쓸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배출가스가 나오긴 하지만, 연료를 만드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있는 탄소를 소모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배출량을 ‘0’으로 본다. 따라서 탄소중립 연료로 분류된다. 포르쉐, 아우디 등 독일 제조사가 E-퓨얼 개발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③ 완성차 업계의 반발
하지만 EU의 ‘조건부’ 허용은 전동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앞서 EU의 ‘2035년 내연기관차 신차 판매 금지’ 선언에 내연기관차 생산 축소 및 중단 등을 계획하고, 전기차로의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 왔다. 그런데 EU가 돌연 내연기관 신차의 조건부 판매를 허용하면서 일부 자동차 업체는 EU에 공개서한을 보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볼보는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 브랜드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전기차의 글로벌 판매 비중을 50%로 끌어올릴 예정이었다. 포드 역시 2조가 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2030년까지 전체 판매 비중에서 전기차 판매량을 50% 이상으로 올리고자 신기술 및 신공정 개발에 대한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EU의 결정에 따라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의 수명이 늘어나게 되었다. 전동화 사업에 빠르게 대처하던 제조사는 반갑지 않겠지만, 일각에선 내연기관차의 생명 연장을 환영하는 목소리도 많다. 전동화 사업의 궁극적 목표가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이동 수단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E-퓨얼을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도 문제 될 것 없다. 다만 내연기관에서만 느낄 수 있던 감성이 이어질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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