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현대차, 역대 최고 분기 영업익 달성
현대차의 장미빛 미래는 실현될 수 있을까? 현재까지 기세로만 보면 안 될 것도 없어 보인다. 올 1분기(1~3월) 영업이익은 도요타와 GM 등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추월했고,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말하는 영업이익률 또한 10%대 벽을 넘보며 높은 수익성을 보인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25일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37조7778억원, 영업이익 3조5926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4.7%, 8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회사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이다. 같은 기간 판매량은 102만1712대(전년 대비 13.2% 증가)로, 분기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하며 호실적을 견인했다.
바로 다음날 기아는 1분기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대비 각각 29.1%, 78.9% 증가한 수치다. 기아 역시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이로써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의 1분기 영업이익은 무려 6조4667억원에 달했다. 이는 GM의 1분기 순이익(23억9500만달러·약 3조2140억원)을 크게 앞섰고 업계 1위 도요타의 1분기 추정 영업이익 5조700억원보다 많다. 양사의 합산 분기 영업이익이 6조원을 넘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현대차는 1분기 영업이익률이 2013년 3분기(9.7%) 이후 최고인 9.5%를 기록하며 고급차 브랜드 BMW(9.8%)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중차 브랜드인 폭스바겐(7.3%), GM(6.2%), 도요타(5.3%)를 모두 크게 앞질렀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 상대적으로 판매량이 적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영업이익률이 비슷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인 실적이다. 심지어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2.1%로 테슬라(11.4%)까지 제치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② 현대차의 전략이 통했다
현대차그룹은 ‘제값받기’ 정책을 고수했다. 가성비 위주의 판매 전략을 사용한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가격 상관없이 품질 경쟁력을 내세운 것이다. 이 전략이 시장에 성공적으로 들어맞으면서 점유율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일등 공신으로는 제네시스와 같이 ‘돈 되는’ 차 중심의 판매 전략이 꼽힌다. 글로벌 시장에서 할인 없는 ‘제값받기’ 정책과 더불어 수익성 높은 RV 및 고급차 위주의 판매 전략이 영업이익을 끌어올렸다는 설명이다.
이는 특히 테슬라와 대비되는 행보였다. 테슬라는 올해 1월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모델3·모델Y 등 주요 차종을 대상으로 최대 20%까지 가격을 내리는 등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판매량과 점유율을 늘리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상대적으로 수익성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현대차가 딜러에게 지급하는 인센티브를 줄인 것도 한 몫 했다. 1분기에 현대차가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지급한 인센티브는 대당 963달러로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 미국 시장의 평균 인센티브 비용 1250달러보다 크게 낮은 금액이다.
인센티브는 미국에서 딜러들이 차를 판매할 때마다 제조사가 지급하는 일종의 판매 장려금을 말한다. 인센티브를 높이면 딜러가 차를 저렴하게 팔 수 있어 판매량을 늘릴 수 있지만 회사의 이익은 줄어든다. 여기서 나아가 온라인 판매가 늘어나면서 오프라인 딜러의 비중이 줄어드는 업계 흐름 상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에 있어서도 기민하게 대응했다. 법인·렌터카·중고차 업체를 대상으로 대량 판매하는 ‘플릿’과 장기간 차량을 임대하는 ‘리스’ 비중을 늘리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인한 불가피한 손해를 틀어막은 것이다. 플릿과 리스를 활용하면 IRA를 적용해도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의 전환이 예상되는 하반기부터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수요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될 경우 현재의 ‘제값받기’ 정책이 지난해보다 설득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이 완화되는 하반기부터 공급이 수요를 추월하면 수익성이 하락할 수 있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③ 2026년 글로벌 1위 도약?
한편 현대차그룹이 2026년 920만 대를 판매하며 세계 1위 완성차 업체로 올라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전 세계에 685만 대를 팔아 일본의 도요타와 독일의 폭스바겐에 이어 판매량으로 3위를 기록했다.
최근 삼성증권이 발표한 ‘2026년, 글로벌 1위 업체가 바뀐다’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은 올해 750만 대 판매에서 2026년 920만 대 판매로 글로벌 1위 업체에 등극할 것”이라며 “도요타와 폭스바겐이 중국에서 위기를 겪는 동안 현대차·기아는 미국과 인도 판매로 돌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현대차그룹이 2016~2022년 중국에서 판매가 감소했던 현상을 유사하게 겪으며 판매량이 하락하고,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간 미국과 인도 판매량이 급증하며 각각 50만 대 증가할 전망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이 전기차 상품성에 대해선 호평받고 있으나 배터리 조달은 경쟁사 대비 느리다”며 “배터리 밸류체인 강화와 소프트웨어 기술 고도화가 글로벌 1위 등극에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낸 현대차가 이를 유지하려면 탄탄한 공급망이 필요할 것이다. 반도체 등 원자재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인데, 현재로선 현대차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다졌을지 낙관할 수 없다. 전기차 대중화에 대비해서도 타사 대비 현대차의 배터리 공급 플랜이 명확하지 않다는 평이 많다. 배터리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 판매량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과연 현대차는 호실적을 이어 나가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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