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공개와 동시에 논란이 된 기술
최근 기아 EV9이 사전 계약을 시작한 가운데, 현대차그룹이 이 차에 적용된 기술을 소개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여기서 SDV(Software Defined Vehicle)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을 말한다. 공식 자료에 따르면 EV9은 고속도로 부분 자율주행(HDP), 기아 커넥트 스토어,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SDV로서의 우수한 상품성을 갖췄다.
이 중 공개와 동시에 논란이 된 기술이 있는데, 바로 ‘기아 커넥트 스토어’다. EV9을 통해 현대차그룹 최초로 선보이는 이것은 고객의 필요에 따라 소프트웨어 기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FoD(Features on Demand)’ 서비스다. 제공되는 상품으로는 ▲원격 주차ㆍ출차 및 주차 보조를 지원하는 ‘원격 스마트 주차 보조 2’ ▲디지털 패턴 라이팅 그릴에 5가지 그래픽으로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라이팅 패턴’ ▲차량에서 영상 및 고음질 음원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플러스’ 등이 있다.
기아는 이 서비스에 대해 고객이 차량 출고 전에 모든 사양을 결정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나, 기아 커넥트 스토어를 통해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사양을 자유롭게 추가할 수 있어 고객의 선택권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② 아직 낯선 구독 서비스, 소비자 반응은?
국내는 아직 차량 옵션 구독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원하지 않는 옵션이 탑재된 차량을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옵션 구독 서비스를 위해선 모든 기능이 작동할 수 있는 ‘풀옵션’ 차량이 필요한데, 이럴 경우 차량 단가는 단가대로 높아지고, 일부 옵션을 위해 매달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옵션이 이미 탑재된 차량을 구매하는 데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매달 추가로 돈을 더 내야 하는 구독 서비스에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장인 A씨는 구독 서비스에 대해 “매월 추가로 돈을 더 내라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했다. 심지어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오래걸리지 않아 국내에선 최소 패키지 구매 후 공식 AS기간이 끝나면 사설 업체를 통해 차량을 ‘탈옥’시키는 소비자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탈옥’이란 소프트웨어 해킹을 통해 업체에서 제한해 놓은 제품의 성능을 제한 없이 최대한으로 끌어내는 것을 뜻한다. 이 법은 추후 해킹 사실이 알려질 경우 공식 AS를 받지 못하는 단점은 있다. 하지만 AS기간이 끝났다면 말이 달라진다. 오히려 탈옥 한 번에 풀 패키지 이용이 가능한 점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③ 기아, “대중적인 옵션은 포함 안돼”
이렇게만 본다면 ‘기아 커넥트 스토어’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 제조사인 기아의 입장은 어떨까? 우선 옵션 사양 선택권을 고객에게 돌려주는 것이 핵심인 만큼 열선 시트와 같은 사용 빈도가 높거나 안전과 직결된 기능은 FoD 서비스로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기아는 ‘기아 커넥트 스토어’에 대해 “이 서비스를 통해 소프트웨어의 가능성 및 확장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앞으로 자동차를 움직이는 공간으로 보고 영화감상‧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과 디스플레이‧사운드 등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점으로 기능 사용 기간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실제로 기아는 라이팅 패턴은 한 번 구매하면 평생 이용할 수 있으며 나머지 옵션은 리스, 렌트, 중고차 판매 등 차량 이용자의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월간‧연간‧평생 단위로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일각에서 언급한 부스트 옵션 구독에 대해 기아는 구독 서비스가 국가별 소비자들의 선호에 따라 선정되기 때문에 국내는 추후 소비자 니즈가 있으면 적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④ 국내 구독 서비스 이슈, 처음이 아니다?
최근 EV9으로 구독 서비스가 이슈가 되고있지만, 사실 국내에서 구독 서비스는 전에 없던 전혀 새로운 화젯거리는 아니다. 먼저 지난해 BMW가 홈페이지에 열선시트 기능을 구독 서비스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BMW는 열선시트 기능 월 2만 4000원, 앞좌석 및 운전대 온열 기능 월 1만 3000원 등 구체적인 가격까지 발표했는데, 이를 두고 소비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BMW코리아가 본사에서 발표한 내용이 국내 홈페이지에도 게재된 것이라며 국내시장 적용은 없다고 해명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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