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억 규모” 현대차그룹, 미국에서 부품 하나 옵션으로 했다가 맞이한 최후

① 합의는 했는데…보상 규모가 어마어마

지난해부터 미국에서 SNS로 ‘기아챌린지’가 급속도로 확산되며 차량 도난으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와 관련된 소비자 집단 소송에서 현대차그룹이 피해 보상금 지급을 하기로 합의를 했다. 

보상금은 무려 2700억 규모로, 현대기아 미국 법인은 지난 18일 보도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번 합의를 통해 현대기아차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도난 관련 차량 손실 또는 손상에 대해 보상하고, 보험 적용 차량은 보험료 인상·기타 보험 비용에 대해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참고로 도난방지를 위한 차량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불가능한 고객의 경우  300달러(약 40만 원)의 현금을 지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은 그래서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2700억 규모의 피해 보상금을 내게 만든 ‘기아챌린지’는 무엇인지, 그리고 이 챌린지로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황을 정리해봤다. 

② ‘기아챌린지’는 무엇?

‘기아챌린지’는 10대들이 스티어링 휠 칼럼에 USB 케이블을 이용, 시동을 걸고 훔치고 SNS에 올리는 범죄 놀이다. 피해가 집중된 모델은 ‘엔진 이모빌라이저’가 없는 2021년 11월 이전 출시 차종으로, 해당 시기 미국에서 생산한 엘란트라, 쏘나타, 베뉴 등이 주 타깃이 됐다.

여기서 엔진 이모빌라이저는 자동차 열쇠 손잡이 등에 특수 암호가 내장된 칩을 넣은 것으로, 암호와 같은 코드를 가진 신호가 잡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도록 되어있는 도난 방지 장치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2011~2021년, 2015~2021년 생산분에 이모빌라이저를 기본 설정이 아닌 옵션으로 설정한 바 있다.

③ 대책까지 내놓았지만 소용없어

애들 장난이라며 넘기기 어려운 수준까지 상황이 심각해지자, 현대차그룹은 도난 방지 대책으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내놨다. 이때  업그레이드 대상으로 발표된 모델은 2017∼2020년 미국 엘란트라와 2015∼2019년 소나타, 2020∼2021년 베뉴 등이 있었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완료된 차량은 시동 스위치에 열쇠가 꽂혀있어야만 시동이 걸리게 되고, 도난 알람의 길이가 기존 30초에서 1분으로 늘어난다. 이 밖에도 당시 현대차그룹은 2021년 11월 이전 현대기아차 차량 사용자들에게는 도난 방지 핸들 잠금장치를 무료로 배포했다. 

그러나 챌린지로 SNS에 영상까지 퍼진 만큼, 이들의 대책은 크게 효과가 없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올해 5월 7개 도시(미니애폴리스,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뉴욕, 시애틀, 애틀랜타, 미시간주의 그랜드 래피드스)에 지난 4월까지 경찰에 접수된 현대기아차의 도난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1년 전(22년)에 비교했을 때 여전히 도난 건수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니애폴리스의 경우 과거에 비해 사태가 기하급수적으로 나빠지고 있으며, 심각할 때는 도난 건수가 불과 1주일 사이에 1년 동안 발생한 도난 건수와 비슷할 정도로 많다”고 경찰 관계자가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히기도 했다. 

④ 급기야 소송까지 발생

대책을 내놔도 계속해서 커지는 피해 규모에 급기야 소송까지 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난달 1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시애틀, 클리블랜드, 세인트루이스, 신시내티, 오하이오의 콜롬버스 등 8개 도시가  “차량 도난 사건에 대해 대비가 불충분하다”는 취지로 현대차그룹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현대차그룹이 비용 절감을 위해 도난 방지 기술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주를 포함안 17개 주와 컬럼비아 지역구(DC) 검찰 총장들이 미국 연방정부에 문제가 되는 현대기아차에 대한 리콜 명령을 촉구했다. 무엇보다 이번 촉구는 지난 3월 23개 주 검찰총장들이 현대기아차의 일부 차종에 대한 도난 방지 조치를 촉구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으나, 이후  별다른 효과가 없자 추가로 움직인 것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만약 실제로 리콜이 진행된다면 현대차(15년 이전)와 기아차(11년 이전) 포함 총 850만대나 되는 것으로 알려졋다.